제민포커스 / 제주밭담 세계농업유산 등재 의미와 과제

▲ 제주의 대표적 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이 국내 최초로 국제연합 세계식량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제주밭담 전경.
총길이 2만2000여㎞ 추정·훼손율 11% 심각 수준
'밭담 경관보존지역'지정 제시…도, 보존계획 수립 
 
'제주밭담'이 청산도 '구들장 논'과 함께 국내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 밭담에 대한 원형보존 및 관리방안과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활용계획을 수립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세계농업유산 지정 의미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는 지난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달성과 2011년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이어 제주도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1000년 이상 제주농업을 지켜온 버팀목으로 농업적 가치 이외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또한 제주지역 주 소득원이 농업과 관광인 만큼 제주밭담을 활용한 6차산업 등 융·복합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제주밭담에 담긴 제주인들의 강인한 개척정신과 자연과 공존하는 지혜 등을 후손에게 전해 줄 수 있는 교육적 가치도 인정받게 됐다.
 
무엇보다 제주밭담이 국가차원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보존돼야 할 유산자원으로 조명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농업기계화 등 위협요인
 
제주밭담은 제주농업의 시작과 역사를 같이 한다. 이후 고려시대(고종 21년) 재산권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밭담을 쌓기 시작, 도 전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1000년 이상 제주농업을 지켜온 제주밭담은 그동안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대부분 방치 또는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농림부에서 시행한 '제주도 농촌지역 내 돌담 문화자원의 활용을 위한 농촌 경관보전 직불제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제주시 6개 지역·서귀포시 3개 지역 등 9개 지역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제주밭담의 총 길이는 2만2000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밭담의 평균 훼손율 11%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업의 기계화와 급격한 도시화 및 도로건설 등 각종 개발, 재배작물의 변화, 돌 가공기술의 발달 등이 제주밭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 FAO 세계농업유산 제도 총 책임자인 마사히토 에노모토 부국장(왼쪽 2번째)이 농림축산식품부·제주도 관계자 등과 함께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 밭담을 둘러보고 있다. 강승남 기자
△보존·활용 방안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농업유산 보존·관리 및 연계협력을 위한 한·중·일 워크숍'에서 '제주밭담농업시스템과 액션플랜'을 통해 제주밭담 특별관리지역 지정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자연유산 지구(158.8㎢)를 핵심지역으로 중산간 일대(561㎢)를 완충지역으로 설정한 후 해안-중산간 일대 밭담 경관 우수 군락지 3~4곳을 대상으로 제주밭담 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정하는 '밭담 경관 보존지역 지정'방안을 제안했다.
 
또 △밭담의 가치 인식 확산 △자발적 참여 유도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밭담 보존·관리계획을 수립해 경관보전직불제 확대, 농업유산직불제 도입, 돌담축제 개최, 밭담 문화해설사 양성, 돌담 우수마을 인센티브 제공 등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제주도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수행중인 '제주밭담 세계농업유산 보존 및 활용 기본계획'용역이 완료되면 보전관리 종합계획 수립과 자원조사, 복원·정비, 석공 장인 발굴·지정, 농가소득화, 체험테마공원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농업유산을 활용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콘텐츠, 스토리텔링, 브랜드, 캐릭터 등을 개발해 지역개발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휴양공간인 에코뮤지엄을 조성해 국내·외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농업유산의 체계적인 지정 관리를 위해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특별법을 제정하고 장기적으로는 농촌의 자원 관리를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승남 기자

"제주 밭담은 '역사의 담'이자 사람이 이뤄내 역사의 흔적이다"

5일 제주를 방문한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농업유산 제도 총 책임자 마사히토 에노모토 부국장은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구좌읍 하도리 일대의 밭담을 둘러보고 이같이 말했다.

마사히토 에노모토 부국장은 "제주밭담은 제주 조상들이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지켜온 농업유산"이라며 "그 흔적을 우리는 지금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이뤄낸 역사이며, 그 잠재적 가치는 무한하다"며 제주밭담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에노모토 부국장은 "제주밭담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실행계획(액션플랜)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 상시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2~3년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자격의 적법성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실행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제주 밭담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정부와 제주 도민들이 활발한 활동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초기 실행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개선하고 제주의 농업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와 제주도, 농업인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제주밭담의 보존·활용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밭담을 관광자원화함으로써 농민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지형 기자


"제주밭담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중·장기 액션플랜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의 대표적 경관 중 하나인 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밭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이같이 밝혔다.

강 연구위원은 "제주밭담이 국내농업유산에 이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성공했지만 향후 효율적인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제주밭담의 보존·활용계획에 대한 정부와 제주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밭담은 '화산섬'의 지형적 특성상 불리한 제주의 농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독특한 농업 시스템이며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는 농업유산"이라며 "파풍효과와 농경지 경계, 토양 유실방지 등을 통해 농작물 보호와 생산량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은 "제주밭담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로 농업적 측면에서는 세계적 농업유산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제주도 차원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함께 또 하나의 유산을 보유하게 됐다"며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도 밭담에 대한 중요성과 유산적 가치를 후손에 전달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제주밭담은 밭 농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향후 제주밭담의 보전·활용을 위해서는 밭담의 가치 공감대 형성 및 인식 확산,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 제도적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승남 기자


☞'세계중요농업유산'은 농업인이 지역 환경에 적응하면서 10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농업적 토지이용, 전통적인 농업과 관련되고 육성된 문화, 경관, 생물다양성 등이 보전·유지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농업활동 시스템과 이의 결과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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