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사망·실종자 302명이란 대참사가 된 데는 해경의 초기대응 실패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월호 선장이 상황을 오판해 승객들에게 신속한 대피를 지시하지 않은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구조·구난의 최일선에 있는 해경도 초기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교수는 21일 "대피명령은 최종적으로 선장의 권한이지만 해경이 세월호와 상황을 공유해 선장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세월호 조난신고가 접수된 것은 16일 오전 8시58분이었다. 앞서 탑승객들이 오전 8시52분 전남소방본부로 신고했고 세월호도 제주 해양교통관제센터와의 무선교신을 통해 "배가 넘어가고 있으니 해경에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경은 이후 상황을 해군 등에 전파하고 구조 선박과 헬기 등을 사고 해역으로 급파했다. 그러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건 30여분이 지난 뒤였고 세월호는 60도 이상 기울어 침몰해 가고 있었다. 곧 뒤집힐 상황이었지만 선장 이준석(69)씨는 승객들에게 그때까지도 대피 지시를 하지 않았다. 조류가 빠르고 수온도 찬 데다 구조선도 도착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선박이 복원력을 상실해 계속 기울고 있는 상황이라 안이한 판단이었다.
 
선장의 오판이 대참사로 이어졌지만 해경 측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경이 운영하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이날 오전 9시7분부터 37분까지 11차례 세월호와 교신했지만 최악의 상황을 막지 못했다. 진도 VTS는 세월호 측으로부터 배가 너무 기울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고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현장 상황을 여러 차례 통보받았다. 하지만 오전 9시25분쯤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이 최종 판단을 해서 승객탈출을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려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결국 세월호는 오전 8시49분 배가 기울기 시작한 후 40여분 동안 승객 구난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다수 승객들이 선박이 침몰해 가는 상황에서도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선실에 남아 있다가 탈출 시기를 놓친 것도 이 때문이다.
 
해경은 구조대를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시키는 것과 함께 선박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지시하든지 했어야 했는데 이런 역할을 소홀히 한 것이다. 해경은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에 나섰지만 배는 가라앉기 직전이었고 뒤늦게 탈출에 나선 일부 승객들을 구조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가 처음 구조를 요청했던 제주해상관제센터나 전남소방본부와 해경이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지 못한 것도 관계 기관 간 공조체계에 문제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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