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제주특별자치도 법제협력관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정을 4년간 맡아 수행할 새로운 도지사가 누가 될지 제주도민의 관심이 뜨겁다. 며칠 전 제주도청 관계자와 점심식사 자리에서 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조례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라 곧바로 찾아봤다.

먼저 '지방자치법'을 살펴보니 제106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퇴직할 때에는 그 소관사무의 일체를 후임자에게 인계해야 한다는 내용뿐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제주특별법이라 함)'에도 특별한 규정이 없다.

대통령의 경우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당선인에게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과 예우를 하고 인수위원회의 운영 및 예산지원 조치 등을 한다. 또한 대통령당선인 자격으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후보자를 인선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대통령선거일인 12월18일 다음날부터 임기 개시일인 2월25일 전날까지 약 70일 동안 대통령당선인의 권한과 예우를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 인수와 새 정부 구성업무를 지원해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장도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 도지사의 임기는 7월1일부터 시작되므로 선거일 다음날인 6월5일부터 약 25일간 당선인 신분이다. 지방정부 운영의 책임자인 도지사당선인으로 하여금 인수업무 등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제44조에서 도지사가 부지사를 임명하기 전에 도의회에 인사청문의 실시를 요청해야 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장 임명시 도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어 도지사당선인이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보다 빠르게 제주도 정부의 구성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예산조치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법에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도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한 경우가 많이 있다. 이 경우 사무실 등 인수위원회 운영비용을 관행적으로 총무나 기획쪽 예산에서 집행하고 나중에 추경예산으로 보완한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당선인이 사비를 털어 인수위원회를 운영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이나 단체에 예산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법' 제17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에 속하는 사무와 관련해 법률에 규정이 있거나 조례에 의해 설치된 공공기관이어야 한다.

법률에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인수위원회 운영 등에 특별자치도의 예산사용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인수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업무는 당연히 자치사무이므로 조례 제정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제주도지사당선인에 대한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인수위원회 운영과 공무원의 파견 등 지원조치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법에 인수위원회 설치 근거를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 관한 사항은 자치사무에 해당하므로 조례제정이 가능하고, 예산조치의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조례가 필요하다.

선거일 6월4일 기준으로 약 50일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서둘러야 한다. 현직 도의원의 임기 만료와 선거가 겹쳐서 바쁘겠지만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먼저 이러한 제도를 마련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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