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윤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을 통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는 혜택을 누렸는지 몰라도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소득불균형에 따른 양극화나 청년실업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과 더불어 황금만능주의나 극단적 이기주의가 점차 만연돼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들 역시, 정작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현재와 같은 사회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우리 개개인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질 것이며, 아무런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고통스러운 미래로 치닫게 될 것은 자명하다. 새삼 '물의 가르침'이 떠오르는 이유다.
 

흔히들 '법(法)대로 살아라', '물 흐르듯이 사는 것이 최선이다' 라고 말한다. 법(法)자는 한자로 물수변에 갈거(去)자를 쓴다. 즉 물이 가는대로, 물 흐르듯이 순리대로 살라는 말인 셈이다. 또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보면,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최고의 선(착함)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물과 같이, 물 흐르듯 살아가면 최고의 삶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물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물의 정신, 물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첫째, 물은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위를 넘보지 않고 아래를 쳐다보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늘 낮은 자세로 행동한다. 그래서 '겸손'을 가르친다. 둘째, 물은 더러운 오물이나 쓰레기를 함께 쓸어가면서 깨끗하게 정화해주고 스스로 깨끗해지려는 자정노력을 한다. 그래서 '청렴'을 가르친다. 셋째, 물은 도랑물, 구정물, 깨끗한 물, 더러운 물, 어떠한 물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안고 함께 흘러간다. 그래서 '포용'을 가르친다. 넷째, 물은 높낮이가 없이 수평을 이루며 물길을 따라 올곧게 흘러간다. 그래서 '공정'을 가르친다. 다섯째, 물은 패인 곳, 부족한 부분을 그냥 지나침이 없이 보충해주고, 채워주고, 나누어주면서 흘러간다. 그래서 '나눔'을 가르친다. 여섯째, 물은 바위나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비켜가면서 다투는 일이 없이 흘러간다. 그래서 '화합'을 가르친다. 일곱째, 물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모든 만물의 생명을 살려주고, 자라게하고, 활기차게 해준다. 그래서 '희생'을 가르친다.
 

이와 같이 물은 겸손과 청렴·포용·공정·나눔·화합·희생 정신을 가르친다. 각박한 이 세상에 물의 가르침대로 물의 정신으로 살아가면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이 아닐까라는 상념에 빠져본다. 지금까지는 지위가 높고 돈이 많으면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했지만 이제는 얼마나 사회를 위해 헌신했느냐, 얼마나 많은 봉사를 했느냐가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의 기준이 돼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많이 가지고, 많이 누리고, 많이 즐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나누고, 많이 베풀고, 함께 누리는데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물의 정신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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