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 이후 민심수습을 위한 당정개편의 시기 문제 등을 놓고 여권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 26일 한광옥(韓光玉) 대표로부터 연말 당정개편과 정치일정 논의 착수 등을 건의 받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도된 데 대해 청와대가 공식 부인함으로써 당 주변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한 대표가 김 대통령에게 당정의 일대개편과 전당대회 시기, 지도체제, 후보와 총재의 분리문제 등 정치일정에 관한 논의 착수, 중산층 서민을 위한 정책개발, 당내대화 확대 등을 건의했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정기국회 직후인 연말부터 본격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이 연말 당정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며 정치일정에 관한 논의를 허용했다고 언론에 보도됐으나, 청와대 오홍근(吳弘根) 대변인은 27일 "그와 관련해 김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대통령은 한 대표로부터 건의를 듣고 `당에서 의견을 수렴하라"고만 지시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 역시 28일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최고위원들의 생각을 대통령에게 건의했을 뿐"이라며 "나는 모든 것을 당내에서 자유롭게 논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대변인이 상상력을 동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도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대표가 `여러 문제를 연내 매듭짓고 새해에는 새롭게 출발하자"고 말해 연말께 뭔가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전 대변인은 이 문제가 `당청간 이견"으로 비쳐질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은 대표의 건의를 듣고 당에서 연구 검토해보라는 정도로 말한 것"이라며 "해석상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발표 미숙에 책임이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부인도 김 대통령이 당의 건의를 수용하거나 지시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뿐 당정개편과 정치일정에 관한 논의 자체를 전면 부정하거나,자제하도록 요구한 것은 아니어서 주목된다.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각부 장관들을 지휘해야 하는 대통령이 시기를 못박아 당정개편을 `지시"할 수는 없지만, 당내에서 자연스럽게 당정개편과 후보선출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편 전 대변인과 함께 한 대표의 구술을 전해들은 이종걸(李鍾杰) 대표비서실장은 "나 역시 대통령이 당정의 획기적 개편방안을 긍정 수용한 것처럼 느꼈으나 시기적으로 `연말" 쪽에 포인트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비서실장은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보고 당장 초강수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과 재보선 민의가 따끔한 채찍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대책을 고민해보자는 청와대 사이의 감각 차이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풀이했다.(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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