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민 영국왕립건축사·논설위원

지독한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이렇게 어이없는 참사들이 왜 반복되는지를 곱씹으며 철저한 자기 반성과 성찰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그 원인을 몇몇의 사람들에게 전가시키고 스스로 면죄부를 받고 싶었던 분위기가 감지됐던 것도 사실이다. 유사하게도 시스템의 부재의 문제는 이를 미리 준비하고 교육시키며 사회를 선도해야 할 몇몇의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고 총리가 물러나고 장관들이 교체되는 일로 마무리됐다.
 
당연히 배가 침몰하는 순간조차 안일하게 대처했던 선원들과 그 관계자들은 백 번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우리에게서 찾지 않고 몇몇 사람들에게 한정 짓는 것 또한 앞으로 이런 참사의 재발 방지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있어도 왜 제대로 지키지 않는지를 되돌아 보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는 총 8년간 영국 런던과 미국에서 해외 생활을 했다. 이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며 희생할 줄 아는 참을성이 있는지를 깨닫게 됐다. 불편한 걸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은 매한가지지만 끼어들지 않고 자기 순서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은 오랜 기간 처절한 싸움들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조금 더 먼저라는 생각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도로 위를 다니는 차나 오토바이를 생각해보자. 주위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지만 서구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인도는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고 차나 오토바이는 도로를 달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지 않은가. 인도 위 교통 사고가 나서야 지금까지 그러려니 했던 일을 단속조차 하지 않았던 경찰 탓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보면 다름아닌 저렴하고 신속한 걸 좋아하는 우리에게 있다. 집에서 자장면 배달을 시킨다고 해보자. 아마 10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중국집에서 이제부터는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로만 달려서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고 자장면 값도 평소보다 비싸다고 한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말도 안된다고 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싸고 빠른 자장면을 먹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교통 사고의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 노출된다. 경찰은 인원 부족과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단속으로 이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조치임을 강조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근본적으로 누구의 잘못으로 비롯된 것일까. 빠르고 싼 것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우리의 자세 때문은 아닐까.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는 한 걸까.
 
사회의 시스템이란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이다. 빠르고 싼 것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마음 앞에서는 사회의 시스템은 성립될 수 없다. 법과 제도로만 사회를 규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엄청난 비용과 인원이 소요된다. 이 부담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의 시스템은 구성원들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배려하고 참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희생하는 정신 위에 성립된다. 책임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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