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 이름뿐인 장애인 고용 표준사업장

고용장려금 지급후 관리 안해 '눈먼 돈' 전락
인증 취소때 지원금만 회수…인권침해 무시

장애인표준사업장이 '표준'이란 이름의 노동·인권 사각지대(본보 6월25일자 4면, 6월26일자 4면)가 된 이면에는 총체적 '관리 부실'이 있었다.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등 활성화를 시도하면서도 제도적 결함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머릿수 채우면 유지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직업활동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장애인 근로자 10명 이상 고용 등 요건을 갖추면 인증제도를 통해 법인세 및 소득세 50% 감면과 공공기관의 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 의무화 등 혜택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신규 장애인고용인원에 따라 최고 10억원까지 시설비용이 지원되는 등의 혜택은 '고용 인원'을 기준으로 하면서 제도 왜곡을 야기했다.
 
표준사업장 인증과 지원 기준으로 고용 장애인 수와 중증장애인 비율을 볼 뿐 처우나 근로환경 보장은 물론이고 고용 유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는 등 사실상 반쪽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일방적인 해고나 부당한 업무가 이뤄졌는가 하면 성추행 사건까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인증 취소 사유가 아닌 상황이다.
 
△고용장려금 관리 구멍

장애인표준사업장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시설비 외에도 분기별로 15만~50만원의 고용장려금이 지원된다. 
 
제주도는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장애등급과 성별에 따라 20만~50만원의 고용장려금(50인 이상 사업장 기준)을 별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지만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35명의 월급 2억1600만원 상당이 체불된 A업체는 지난해 3분기 제주시로부터 고용장려금 2530만원을 지원받았다. 제주시는 '해당 업체가 신청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후 환수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은 등 이들 고용장려금이 '눈먼 돈'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행정으로부터 장애인 1명당 70~80%에 이르는 임금을 지원받는데 월급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장애인들이 겪은 고통은 '탁상 행정'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권 보장 관리 강화

이번 사례 역시 피해가 심화된 후에야 노출되는 등 장애인 근로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관리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사업을 대행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는 분기별로 사업장을 방문하거나 1년에 2차례 장애인 관련교육 등 간담회를 진행하지만 대부분 사업주로 한정되고 있다.
 
자치단체 역시 1년에 1번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에 그치는 등 장애인 고용장려금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제도적 미비로 인해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이 취소되더라도 지원된 자금에 대한 회수 조항만 있을 뿐 '인권 침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인증 수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인증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주문되고 있다.
 
또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장애인 특성을 악용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데다 재발 방지책도 없는 등 제도의 허술함이 심각하다"며 "공신력이 보장된 사회단체 조사단을 꾸려 공단, 행정과의 합동 관리나 실태조사는 물론이고 장애인 인식교육 및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자격조건 중 최우선으로 둬야한다"고 말했다.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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