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은 도내 예술인들을 만나면서 청정한 제주 자연에 문화의 가치를 입히는 창조의 중심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스노우 맨'에서는 파스텔화의 애니메이션으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 회고된다. 여기서 순수함에 의해 자연과 교감하는 것처럼 문화예술의 창의성이란 보다 높은 지적·정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당선인이 예술인들에게 강조한 것은 이 점이 아니었을까. 도내 예술인들의 역할이 주민들의 삶에 가장 심오한 가치를 더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정의 문화예술 정책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각종 규정과 행정 절차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도정이 자유분방한 창의성의 주체와 동반자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을까. 흔히 우려하는 것처럼 행정이 개입하면 눈처럼 맑은 영화의 한 장면도 길거리의 포스터로 변할 수가 있다고들 한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관의 노력과 의지 여하에 따라 문화융성을 위한 창의적 자극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문화예술의 아름다움과 순수성을 지켜낼 수가 있다. 
 
민선 6기 새로운 도정에게 바라는 것은 이 점이다. 즉 민선 6기 문화예술정책은 창의적 동력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고 도민사회가 그 결과물을 향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 생활 속의 문화예술의 확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건강은 누구에게나 필수요소이지만 문화는 존재의 이유이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을 지켜보면서 누구라도 개인의 문화적 경험만큼 국가의 문화적 감정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우리는 목표도 공유하지만 슬픔도 공유하는 한 국민으로서 함께 나아간다는 점이었다. 그 만큼 문화예술은 우리가 느끼고 있는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타인에 대한 공감, 개인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분이 되겠다는 우리의 마음 같은 감정의 깊이를 열어젖힐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문화예술이라면 소수 특권층과 엘리트만이 향유하는, 서민들에게는 낯선 위세품 쯤으로 여겨져 왔다. 또한 창작과 순수에 땀 흘리는 예술인들과는 달리 문화예술의 외피를 두르고 사적인 이윤추구에 전념하는 업자에 의해 문화예술의 순수성이 훼손된 점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의 융성은 거스를 수 없는 주요 정책 과제이다.
 
그러나 대중과 유리된 문화예술, 그리고 일부 업자들에 의해 훼손된 순수성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 행정과 자유분방한 창의성의 주체와 동반자적 관계를 설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모든 문화예술의 경험과 참여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몇 사람에 의해 독점되고 왜곡돼서는 안 된다. 만일 민선 6기 새로운 도정이 문화예술과 관련한 새로운 모티프를 정의하려고 한다면 바로 이 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적 경험을 통한 개인적 정체성 개발과 공통된 문화적 감수성을 통한 공동의 정체성 계발은 제주사회의 지역,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가 향유하는 지적 정신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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