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벌써 100일이 지났다.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는 가족을 기다리는 유족 10여 가구가 남아 있다.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타 들어갈까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하루 빨리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수습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동시에 국가적으로는 나라를 온전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반성의 계기가 돼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이 사건에서 큰 교훈을 얻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게 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지 100일 이 지난 지금 주위를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진정 교훈을 얻은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매일같이 수 많은 안전 사고가 계속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으며 이 사고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얼마 전에 교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몇 사람의 지인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에 대한 나의 안타까움을 얘기 하면서 교감의 책임에 대해 말을 꺼냈더니 뜻밖에도 내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없었다. 전직 교장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면 우리 교육은 문제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생각을 이렇다.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은 학생들과 같이 수학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안전하게 인솔하기 위해 오신 것이다. 갓 임명된 교사들이야 사회 경험이 없으시니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교직 생활 20년이 넘는 교감이라면 당연히 여러 종류의 안전 사고에 대해 미리 생각을 해 뒀어야 했다. 교감은 단순한 승객이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신 인솔자이므로 사고가 생겼을 경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올바른 판단에 따라 적어도 자기 지휘 하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적절한 명령을 내렸어야 한다,
 
선장이 승객이 모두 하선한 다음에 배를 떠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감도 학생들의 안전을 확인한 후 하선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것은 필자가 지금까지 아쉬워 하며 마음에 주홍글씨로 새겨둔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초임 장교 시절 비무장 지대 내에 있는 감시 초소로 순회 진료를 가는 도중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다가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 같았으면 얼른 내려 뒷바퀴에 돌을 괴어 자동자가 굴러가는 것을 막았을 터인데 그 때만 해도 초임 장교 시절이고 자동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자동차에 문외한이었던 관계로 운전병이 시동을 다시 걸기 위해 기어를 빼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달려 시동이 꺼졌는데, 기어를 빼는 순간 자동차는 순식간에 후진을 하다가 옆 계곡으로 굴러 떨어졌다.
 
필자도 부상으로 2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지만 운전병은 후송 도중 사망하고 말았다. 그 후 자동차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동차에 대해 내가 진즉 알았더라면 운전병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내 마음에 주홍글씨로 남아있다. 그 후로 사고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그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고, 나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것이 그 후 열 번도 넘는 교통 사고에도 부상을 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 됐다.
 
우둔한 사람은 과오를 범하고도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만,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잘못에서도 교훈을 얻는 법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현명하게 세월호 참사에서 큰 교훈을 얻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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