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4060] 12. 비앤비 판 게스트하우스 신창범씨

▲ 원도심 빈 집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신창범씨가 복도에 걸린 외국인 손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르키고 있다. 한 권 기자
건축 전문지 편집장 경력 바탕
빈집 활용해 문화 콘텐츠 채워
원도심 문화 네트워크 형성 꿈
 
"폐가라고 하더라도 예전 살던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입니다. 낡고 허름한 것은 겉모습 뿐이고 제게는 죽어가는 원도심에 온기를 불어넣을 불씨였습니다"
 
한때 제주시 중심가에서 도시 공동화 현상의 상징이 됐던 칠성통이 요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중심에 '비앤비 판'의 주인장 신창범씨(49)가 있다.
 
비앤비 판은 원도심 '빈 집'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다. 3년전 고향 제주에 내려와 신씨가 처음 칠성통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든다고 할 때만 해도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화려하고 몸집이 큰 숙박시설들 사이에서 아무런 특징이 없는 낡은 가정집이 눈길이나 받을 수 있겠냐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신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 지역의 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집'이란 판단은 주효했고 학창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옛 동네 골목은 '문화'라는 콘텐츠로 채워졌다.
 
건축 전문지 편집장까지 지냈던 15년 기자 경력도 한 몫 했다.
 
7개월동안 '고독한' 목수를 자처해 철거부터 리모델링까지 거의 혼자하다시피 제2의 인생 무대를 꾸몄다.
 
주머니 사정상 비용 절감을 위해 자재 하나 함부로 버리지 않고 활용했는가 하면 길거리에 버려진 장롱부터 책장, LP 레코트판은 객실 방문과 다목적실 등에 놓여 장식품이 됐다.
 
지금이야 외국인 손님들의 여행 일정을 짜주고, 함께 나와 사진도 찍어주는 등 여유를 부리지만 2012년 9월 문을 열 당시만해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잦은 예약 취소는 물론 밤 늦게도록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손님들로 시달리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돌아오는 건 '야박한 사장'이 전부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인생 2막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은 신씨에게는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원도심에 '문화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꿈이 생겼다.
 
신씨는 "살아오면서 얻어 온 모든 것은 버릴 게 없다. 끄집어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을때 경험은 또다른 시작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고 조언했다. 사례 제보=741-3223(hk0828@jemin.com).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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