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신 제주지방기상청장

지난해 제주도의 여름은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웠다. 폭염일수 20일 이상, 열대야는 50일 이상 발생했고, 2008년 폭염특보제를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등 가장 무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됐다. 평년보다 강한 세력을 유지한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에 장마전선이 남하하지 못하며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의 38%로 가뭄까지 발생해 우리를 힘들게 했다.
 
올해 제주의 첫 열대야는 5월27일 발생했다. 이는 1973년 이후 5월 최초 발생이자, 전국에서 가장 빨리 발생한 날로 기록됐다.  또 5월 최고기온은 제주 남부를 중심으로 30도를 넘기면서 무더웠던 작년 여름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는 날이 많았고 태풍의 영향까지 더해져 기온은 평년보다 낮았다.
 
하지만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낮 최고기온 33도의 폭염특보 기준을 훌쩍 넘어,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또한 8월말까지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폭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고온에서 신체는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려 하는데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열을 내보내기 어렵다. 습도가 높을 때는 증발열 방출이 어렵기 때문에 습도와 온도가 높으면 고온 현상을 가중시켜 같은 기온이라도 견디기가 더욱 힘들며, 이런 무더위를 폭염이라고 한다. 
 
소방방재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재난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폭염 사망자는 35명에 달했으며, 그 중 8월에 21명(60%)이 사망해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2012년 국립기상연구소는 지난 108년간(1901∼2008년)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준 재해는 폭염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보고서에서 2020년 여름철에 폭염이 한달간 지속된다면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 피해는 최소한의 폭염피해 예방 수칙만 준수하더라도 조금은 예방할 수 있다. 하루 중 최고기온이 나타나는 시간대의 야외활동 시간을 줄이고, 햇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피한다. 또한 물을 자주 섭취하며 체내 열을 발생시키는 단백질 대신 탄수화물의 섭취를 늘인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폭염 취약계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잠재 위험도는 더욱 증가했으며, 이에 제주기상청에서는 폭염발생이 예상될 때 폭염 취약계층을 돌볼 수 있는 사회복지사나 노인돌보미 등을 대상으로 폭염문자서비스와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등 피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폭염피해 예방 수칙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03년 유럽대륙에 닥친 이상폭염으로 3만50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일본에서도 올 들어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폭염에 의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제 폭염은 재앙 수준이다. 자연의 위협이 더 이상 재난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방재기관과 보건당국 간의 협력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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