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연설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연설장을 나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청와대에서 한 방한 후 첫 연설은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한국사회 문제점까지 폭넓게 언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한반도 평화다.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또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둔다"고 말했다.
 
휴전 상태에서 반세기 넘게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고 남북간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는 한반도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하며, 상호 존중과 이해, 화해의 토대를 건설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뤄 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고 남북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것처럼 갈수록 심화되는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경쟁으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세태를 염두에 둔 듯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적 분열과 경제 불평등,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마지막 한 사람의 목소리까지 열린 마음으로 듣고 소통과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교황은 "여러분은 자녀들을 위해 더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지향한다"며 국가와 정치 지도자들의 임무와 바람직한 마음가짐을 상기시켰다.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당부와 함께 한국의 중요성과 저력, 국제사회에서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하며,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한국이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교황은 "희망은 얼마나 위대한 선물이냐"면서 "한국민만이 아니라 세계를 위해 결코 좌절하지 말고 우리가 희망하는 목표들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가톨릭 수장답게 순교로써 신앙을 지켜 온 한국 교회와 청년들에 관한 깊은 애정도 관심도 드러냈다.
 
그는 "지혜롭고 위대한 민족은 선조들의 전통뿐 아니라 과거 전통을 물려받아 현재의 도전에 적용할 젊은이들을 귀하게 여긴다. 이번 청년대회처럼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는 그들의 희망과 관심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가톨릭 공동체가 이 나라의 삶에 온전히 참여하기를 계속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 가톨릭교회는 젊은이들의 교육에 이바지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려는 정신이 자라나게 함으로써 새로운 세대의 국민을 양성하는 일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요한 바오로 2세가 1989년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발언을 인용했다.
 
"한국의 미래는 이 국민들 가운데 현명하고 덕망 있고 영적으로 깊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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