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행국회가 이어지면서 시급을 요하는 법안들도 연쇄적으로 처리가 지연될 전망이다. 13일 오후 국회 한 상임위 앞에 각종 법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19개 법안이 국회에서만 1년 이상의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안 대부분은 정부의 각종 대책을 통해 발표된 내용으로, 여야 간 정쟁에 민생 및 경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의 신뢰성 또한 추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설정한 19개 법안이 발의 이후 국회에서 평균 385일 동안 계류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당국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제도 개선안이 1년 이상 국회에서 표류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제시했지만 대책의 근간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2년 7월20일 발의된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책 의지를 표명하는 기본법 성격이지만 의료 민영화 등을 우려하는 이익단체의 반발로 입법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역시 2012년 10월9일 발의 이후 679일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정부의 대책 발표가 입법 지연으로 양치기 소년이 된 셈이다.
 
택배기사나 보험모집인,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 근로자들에게 산재보험 혜택을 주는 산재보상보험법은 정부 정책으로 수차례 발표된 후 2013년 5월31일에 발의됐지만 1년이 넘도록 국회 법사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파행국회가 이어지면서 시급을 요하는 법안들도 연쇄적으로 처리가 지연될 전망이다.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측의 부담 증가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산업계의 반대 의견에 법안이 진전되지 못하는 것이다. 
 
부양 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지난해 5월24일 발의된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원 대상만 증가하고 급여 수준은 줄어들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 때문이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만들기로 했으나 해당 법안 역시 2012년 9월27일 이후 국회 기재위에서 머물러 있다.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게 3년간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임차인 월세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임대소득 과세 법안은 2차례 수정을 거쳐 7월17일에 발의됐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 속에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등은 여야 간에 큰 쟁점이 없음에도 6개월, 1년 2개월째 국회에 계류된 케이스다. 신용카드사 정보유출 사고 방지 차원에서 징벌적 과징금과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신용정보보호법, 주가 조작 사범에게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국회는 5월초 본회의에서 법률안을 통과시킨 이후 3개월째 단 1개의 법률안도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책을 잘 써도 효과가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책마저 시기를 놓치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생 법안과 일반 법안을 분리해 합의 가능한 것은 우선 통과시키고 논쟁점이 있는 것은 추가 논의 후 통과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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