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8월 중순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떠나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행동과 말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남겨 두고 떠났다. 
 
우리나라는 천주교 역사상 유례가 없는 천주교 자생 지역일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순교자를 배출했으므로 천주교의 최고 지도자로써 우리 국민들에게 경외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
또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군부 독재를 직접 몸으로 경험해 봤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마저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드롬(syndrom)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교황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그토록 열광했었는지도 모른다.
 
교황이 남긴 말 중에서 특히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정치에 관한 것이다.
 
"정치는 한 차원 높은 형태의 사랑, 한 차원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왜냐하면 공공의 선을 추구하니까요.능력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데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고, 정치를 자신의 이익에 동원하는 사람은 부패한 사람입니다"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민들에게 정치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권해 왔다.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민은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전 왕조 시대에는 어진 임금이 바른 정치를 펼치면 백성들은 임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임금을 국민들이 직접 뽑기 때문에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순전히 국민의 몫이다.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 올바르지 못한 지도자가 당선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가 이처럼 어지러운 것은 올바르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국민의 이익은 내팽개치고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니 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운 것이다.
 
그리고 정치판이 이렇게 더러워지다 보니 능력 있고 깨끗한 사람들이 정치판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풍조가 생겼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 말에서 '사회적'이라는 말을 빼면 '인간은 동물이다'가 된다.
 
즉 사회적이지 못한 인간은 동물과 다름없다는 얘기가 된다. 필자는 이 말에서 '사회적'이라는 말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기의 역할을 다 하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소임을 다 하려고 하면 정치를 등한시 하여서는 안 된다.  정치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고 해서도 안 되며 그렇게 하려는 것을 용납하여서도 안 된다.
 
우리 고장의 미풍양속인 '괸당 문화'가 정치를 만나면 가장 후진적인 형태로 변하고 만다.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공익심(公益心)이나 능력, 인품은 제쳐두고 오로지 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누가 당선이 돼야 나에게 유리한지만 따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은 도태되고 집단의 이익을 잘 챙기는 후보가 당선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정치를 자신의 이익에 동원하게 된다. 즉 우리가 미풍양속으로 뽑은 사람이 결국 부패의 원천이 되 버리는 것이다.
 
우리 도민 모두가 올바른 정치가 이 땅에서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서 늘 정치에 관심을 갖고, 두 눈 부릅떠서 올바른 지도자가 뽑힐 수 있도록 힘을 모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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