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국 농업과 제주의 선택] 1. 선입견을 버려라

자국 소비자 기호 맞춘 고품질·현대화 추진
계약재배 등 전략적 구조조정, 시장성 제고 
 
중국 농업이 급변하고 있다. 대량 생산에 따른 상품 관리 미흡이나 유통·물류 체계 취약 등의 평가는 이제 선입견에 불과하다. 더 이상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중국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제주 농업의 살길이 되고 있다. 한·중FTA 협상을 앞두고 콩제주협의회(회장 양용창 제주시농협 조합장)와 지난 17~20일 중국 산동성 일대의 콩재배·생산·가공 및 유통 현황을 둘러본 결과를 3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글로벌 경제의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의 본질은 '차이나 머니'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농업 구조부터 바뀌고 있다. 경제 성장에 따른 농산물 소비 증가가 생산 증가를 초월하면서 전략적인 계약 재배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변화 중 하나다.
 
중국의 농업발전 기본 방향을 담은 '12·5 계획(2011~2015)'을 보면 경작지의 엄격한 보호와 현대농업 산업체계 완비, 주요 농산물의 전략적 생산기지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농산물 재배의 응용가치와 지적재산권을 가진 신품종 개발은 물론 최근에는 고령농의 토지를 대신 경작하는 협동조합 형태(전문합작조직)까지 활성화하고 있다.
 
수확후 처리기술이 낙후되고 관련 시설과 장비가 미흡해 유통과정에서의 감모, 손실, 상품성 저하 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분석됐던 물류 역시 불과 1~2년 만에 앞선 평가를 옛말로 만들었다. 베이징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난시 등 중소 도시 등에 들어선 대형유통매장과 슈퍼마켓에는 일정한 포장 규격에 맞춰 진열된 과일·채소를 확인할 수 있다. 
 
산둥성 지난시 농산물도매시장 역시 최상품 농산물이 전처리와 포장을 거쳐 판매되고 있었다. 매년 시장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소비자 기호가 분명해진 때문이다. 2013년 진행된 중국 소비형태 관련 조사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신선 농산물 구입(복수응답)에 있어 맛(88.7%)을 우선으로 했고 신선도(23.1%)를 2순위로 뒀다. 가격(8.8%)은 4위로 생산국가(13%)보다 구매에 영향을 덜 미쳤다.
 
도매시장을 둘러본 콩 제주협의회 관계자들도 변화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오충규 김녕농협 조합장은 "몇 번 견학을 했던 곳인데 매번 판매되는 농산물 수준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며 "중국산이라면 저품 취급을 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긴장했다.
 
고용기 한경농협 상무도 "이 정도면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상품으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전처리나 포장 상태만 봐도 중국을 낮춰 볼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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