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국 농업과 제주의 선택] 2. 일방적 우위는 없다

▲ 중국 산동성 지난시 제양 콩재배단지의 장위화 부녀회 작목반장이 현지 콩 재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고 미기자
계약재배·가공산업 등 단지화로 수급 조절
생산성 약화 대응도…적극적 시장 분석해야

한중FTA 연중 타결 전망이 나오는 등 농업을 포함한 1차 산업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밭작물 경쟁체제 개편에 대한 주문도 잇따랐다. 하지만 제주 농업은 기상재해와 물류 등에 취약한 현실만 확인하고 있을 뿐 환경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제주밭작물 한·중 FTA 대응관련 용역을 보면 월동 밭작물 중 면적과 생산액 비중이 높은 무·양배추·당근·마늘·양파 등 주요 작물 모두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밭작물 중 제주 생산액 비중이 전체 65%에 이르는 당근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무와 마늘, 양파, 양배추도 중국산 대체 현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콩과 감자는 중국산 비중이 타 작목에 비해 적어 상대적으로 파장이 덜할 것으로 분석됐지만 대체 작목 전환에 따른 연쇄 작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농가 경쟁력 수준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고 기상재해 등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제주는 지난해 월동무를 시작으로 양배추와 양파 등 주요 작목들이 과잉출하로 인한 산지격리 조치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올해도 잦은 비로 인해 콩 등의 작황은 부진한데다 추가적인 월동채소 쏠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농업은 식량안전 보장 능력 증강과 농업구조 전략적 조정을 중심으로 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 산동성 성도(省都)인 지난시 제양 콩재배단지도 그 예다. 동북지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400여 농가가 1500모(1모 726㎡·220평·108만㎡) 규모의 콩을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콩은 정부가 전량 수매한다.
 
장위화 부녀회 작목반장(여·45)은 "(중국)농촌에 고령인구가 많아 협동조합 형태로 대규모 토지에 같은 작목을 생산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지금은 인력에 많이 의존하지만 대단지에서는 기계가 많이 도입됐다"고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콩가공제품 산업 역시 단지화 형태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조장시에는 1908년부터 콩가공업을 시작한 춘복영 콩제품 유한공사를 비롯해 관련 기업 30곳이 밀집, 하나의 콩식품가공산업단지를 구축했다. 주변에서 생산된 콩으로는 한계가 있어 매년 정부가 동북 지역에서 30만t 상당의 콩을 매입해 공급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공 제품만 100가지가 넘는다. 춘복영 유한공사의 한해 수익만 90억원 상당이다.
 
고동일 고산농협 조합장은 "중국과 품질로 경쟁하면 된다고 하지만 품목별로 차별화한 전략없이는 어렵다"며 "중국 농업에 철저한 분석으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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