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념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중국·베트남·미국인 등 한국어 실력 뽐내
생활 고충·한국어 애정 등 드러내 '뭉클'

▲ 56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에 사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참가한 제8회 전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이소진 기자
파키스탄 소녀 이바의 꿈은 고등학생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에 올 때 까지만 해도 '아빠를 만나는 것'이 꿈이었다. 제주에서 '김'이란 성을 얻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새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한국말 쉽지 않지만 빨리 배워서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는 어색하지만 또박또박 목표를 풀어내는 최연소 참가자, 15살 소녀의 꿈을 참가자들은 큰 함성과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56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열린 제8회 전도 외국인 한국어말하기 대회의 모습이다.
 
제주도와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이 주최·주관한 이번 경연에는 중국인 10명과 베트남인 4명, 미국인 2명, 몽골인 3명, 파키스탄·페루·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불가리아인 1명씩 등 24명이 참가해 '한국어 실력'을 겨뤘다.
 
한국어 실력도 실력이지만 제주 생활에서 느낀 희로애락은 관람객들을 웃게 하고 또 울게했다.
 
우즈베키스탄이 고향인 라조카트혼씨(40·여·조천읍 함덕리)는 '동일이의어'로 인한 고충을 털어놨다. "우리가 하는 말도 말, 조랑말도 말. 내 눈도 눈, 겨울에 오는 눈도 눈. 내 다리도 다리, 길에 있는 다리도 다리.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요?"라는 반문에 객석의 절반 이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생선을 날로 먹는' 문화적 충격도 잠시, 이제는 먼저 '회국수'를 찾는다는 제주살이의 즐거움은 모든이의 미소가 됐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강단에 오른 미국인 브리아나 조천초 영어교사(25·여·조천읍 신북로)는 제주에서 느낀 '과한 친절'과 '소외감' 등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결심했다"며 "제주에서 살았던 삶은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소수 민족의 삶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회에서는 '아름다운 한국 판소리 속으로'주제로 좌중을 흔든 이목자씨(제주한라대·중국)가 대상을 받았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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