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과정 가운데 'H.R.(Human Resources)'아카데미가 있다. 
 
도내에 거주하고 있는 대학 재학생(주로 3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8시간씩 오전에는 고전 명작을, 그리고 오후에는 기업 실무를 토론식 수업으로 1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고전 명작은 서울에 있는 언론사 논설위원들이 주로 맡고 기업 실무는 대기업의 임원들이 도와주고 있다. 겨울 방학 때에는 경인지역의 학생들과 함께 7박8일간 합숙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여름 방학 때에는 8주 동안 협력 기업에서 현장 실습을 실시한다.
 
이 과정은 학생들을 성품(Character), 업무 능력(Competence), 그리고 사명감(Commitment)을 고루 갖춘 '3C형 인재'로 키워, 단기적으로는 교육 대상자의 취업 능력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와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키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 
 
교수진들이 경인 지역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교통비와 숙식비가 많이 들고, 또 학생들에게 점심까지 무료로 제공해 많은 비용이 들지만, 제주대학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제주도개발공사와 동아제약 및 김대환 사장을 비롯한 많은 후원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 벌써 7회에 걸쳐 2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교수진들은 얼마 되지도 않은 강사료마저 학생들과 저녁을 함께하는데 사용하고 학생들의 질문과 의논에 적극적으로 회답을 하면서 요즈음 보기 드문 사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 수료생들은 진취적이고 능동적으로 자기의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과정을 진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흐믓함을 감출 수 없다.
 
근래에 들어 중앙 부처의 지도자 후보들이 도덕적 흠결로 인해 청문회에서 연이어 곤욕을 치르고, 제주시장마저 잇따라 낙마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진정 지도자감은 없는가 하는 서글픔을 감출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의 자질로는 올바른 성품과 뛰어난 업무 능력을 꼽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식민지배와 한국 동란, 그리고 세계가 놀라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업무 능력의 배양에는 성공했으나 올바른 성품을 기르는 데에는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 복거일씨가 쓴 글을 보면(2014년 10월7일자 동아일보 32면) 기원전 401년 페르시아 왕자 카루스가 형이자 국왕인 이르타크세르크세스 2세에게 반란을 일으킬 때에 용병으로 참전했던 1만여 그리스 병사들이 패전 후 항복을 거부하고 계속 싸웠고 고향으로 보내 준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환송연에 참석했던 모든 장군들이 살해 당하자 당시 민주주의 국가였던 그리스의 국민답게 새로운 장군들을 뽑아 그들의 지도로 5개월간의 끈질긴 전투 끝에 고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성공에는 집단의 목표와 환경을 잘 알고, 그것을 이룰 지도력에 대해 알고. 그런 자질이 있는 사람을 뽑고, 한 번 뽑은 후 흔쾌히 그 지휘를 받은 그리스 병사들의 지혜가 큰 몫을 했다고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정치란 한 차원 높은 사랑이고 자선이므로 올바른 정치가를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가 잘 되면 모든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중국의 요순 시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조선조의 세종 시절이나 정조 때를 되돌아보면 한 사람의 정치 지도자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없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올바른 정치 지도자를 뽑기 위해 온 정성을 쏟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올바른 성품과 업무 능력, 그리고 투철한 사명감을 갖춘 정치 지도자를 키워 나가도록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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