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옥 제주도소방안전본부 방호구조과

   
 
     
 
얼마 전 생활이 어려운 부부가 119구급차를 이용할 경우 비용이 드는 것으로 오해해 망설이다 생후 52일된 영아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 8월에도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119신고보다 먼저 화재를 진압하려다 실패하면서 14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확대되어 15층까지 전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망설임 없이 119에 먼저 신고했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잃거나 많은 재산 손실을 입는 그런 아픈 일들을 조금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현재 소방은 화재, 구조, 구급을 비롯한 어떠한 안전조치 활동이라도 사용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소방기본법에 위급상황에 처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국가 즉, 소방이 해야 하는 일이며, 그에 따른 소요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119가 무료라고 하더라도 인명구조상황이 아닌 단순 문 개방 요청, 휴대폰을 찾아달라는 위치추적 신고와 음주 후 구급차를 교통수단처럼 사용하기 위한 불필요하고 잘못된 119신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해 잘못된 119신고와 그에 따른 소방력 낭비는 진정 간절하게 119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 즉 골든타임을 빼앗아 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유료 EMS(emergency medical services) 체계처럼 응급상황과 비응급상황을 나눠 부분 유료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는 의견이겠으나, 지속되는 소방력 낭비 문제와 일부 몰지각한 시민의 119라는 공공재 독점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선진사회를 사는 성숙한 시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를 포기해서도, 함께 사는 이웃들의 그러한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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