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논설위원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은 1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동이 없다.

'여성도 인간'임을 세계 만방에 선언했던 3·8 세계여성의 날 선언때도 이슈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종식' 문제였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여성단체 활동 과제를 발표한 '서울 선언'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인권이슈는 지금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본다. 

그 내용들을 보면 '각국 정부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증대하고 더 강력한 처벌규정과 조치를 취할 것', '인신매매 및 성 매매를 예방하고 금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조속히 마련할 것', '모든 정책결정단계에 여성쿼터제를 도입하여 여성의 평등한 정치참여를 보장할 것', ' 여성기업임원 쿼터제,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도 정착, 경제자립훈련 등 여성의 경제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을 반드시 수립하고 이행할 것',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생애단계별 교육, 재정관련 훈련, 과학기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할 것' 등이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에 여성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는 쿼터제(할당제)등의 정책 이행을 공식 선언하면서, 이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서 여성의 사회참여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여성폭력'을 우선적으로 적극 근절하라는 주문이다.

이 자리에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대신한 국무총리가 자리하고 함께 선언하였다.

'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여성가족부)에 의하면 2013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4.5%로 남성보다 높고, 2009년에 처음 앞지른 이후,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 합격률도 여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외무고시합격자의 59.5%가 여성이었으며, 청년실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4.6%를 기록해서 남성보다 높았다. 

하지만 30대로 가면서 여성의 삶은 달라진다.

지난 2분기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8.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30대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93.8% 와 비교하면 35% 포인트나 낮은 급격 하락의 참가율로 나타난다. 이는 출산과 육아부담 때문이다.

또한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아직까지 남성의 68%수준이며, 흉악범죄 피해자 86%가 여성이다. 한마디로 여성은 '덜 벌고 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다방면에 걸친 사회참여에 얼마나 거칠고 고단한 삶의 구조를 갖고 긴장하며 살고 있는지를 직감하게 한다.

이렇듯 여성의 삶에 최대 걸림돌인 성차별과 여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적극 기대하는 것은 사회모순이자, 명백한 인권차별문제이다.

지금 제주지역에서는 여성의 정치참여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여성참여를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최대의 걸림돌인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제거하는 성평등정책이 우선적으로 실천되지 않는다면 여성의 사회참여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베이징에서 선언된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는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지만, 여성 최대의 걸림돌인 여성폭력을 국가의 방지정책으로 적극 실천된다면 향후 20년 뒤에는 여성인권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은 채,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로 진정한 발전을 이루는 인권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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