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감귤사랑동호회장·논설위원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중 농업인들이 크게 주목하는 것 중 하나가 '농업인 삶의 질 개선'이다. 정부의 구상은 '제2차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3년간 19조5000억원을 투융자한 데 이어 2014년까지 15조원을 투입해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행복한 농어촌 만들기'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주요 개선과제를 살펴보면 구급차 부족지역에 펌뷸런스(소방펌프차와 의료구급차인 앰뷸런스의 합성어)와 응급구조사 우선 배치, 영세·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공동생활 홈' 조성 확대, 농촌지역 교사 장기근무 근거규정 마련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만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농업인들이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업인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사무실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그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다.

감귤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일년 농사를 지으면서 수확시 일손 부족, 태풍피해 방지, 여름 땡볕에서 해야 하는 잡초 제거작업 등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힘든 일은 병해충 방제 작업이다. 방제를 잘해야 만이 상품성 높은 감귤이 만들어지고, 그래야 수익이 높아지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여름철 폭염 속에서 방제작업을 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힘겨운 일이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위해한 농약 성분이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이다. 그래서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스프링쿨러와 SS방제기 같은 여러 형태의 방제 방법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비용과 실효성 면에서 문제가 많아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상남도의 한 단감농가에서 시현한 '유인 항공 방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항공방제는 무인헬기에 의존해 왔는데, 이는 기상여건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작고 잦은 고장과 비싼 수리비용 등으로 인해 농업인이 손쉽게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9월18일 경남 창녕에서 처음으로 열린 '과수 유인 항공방제 시연회'는 과수 농업에 첨단 항공과학을 접목시킴으로써 병해충 방제작업에 혁신적인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이 시연회에서는 약 5㏊의 단감 과수원에 국내 최초로 조합한 항공방제용 약제가 농업용 다목적 헬기 '까치'로 직접 살포되었다. '까치'를 활용한 농약 살포는 경비를 절감시킴으로써 생산성 증대에도 큰 역할을 하는데, "농업인 4명이 170만원을 들여 4일간 작업해야 할 10㏊의 단감 과수원을 농업용 헬기 '까치'로는 50만원 들여 13분이면 끝낼 수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굉장히 효과가 높다"는 게 시연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물론 농업용 헬기를 활용한 농약 살포가 아직은 초기 단계일 뿐만 아니라 감귤 과수원에는 아직 시연해본 적이 없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검토가 시작되어야 할 듯하다. 우선 감귤 과수원의 경우 농가당 평균 면적이 0.7㏊로 영세하고 대부분 방풍수가 식재되어 있어 방풍수 주변의 감귤나무에 대한 방제 효율성이 어느 정도일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한 감귤에는 살충제만이 아니라 살균제도 살포해야 하고  잎 뒷면에도 약제가 묻어야만 하는 살비제(귤응애 방지용)도 뿌려야 하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필요할 것이다.

아무튼 농업 노동인력의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농업경영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고, 농업인의 고령화가 이미 진행된 농촌 현실에서 비탈진 지역과 광범위한 지역, 산자락 등에 조성된 감귤밭 방제작업은 기계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항공방제가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 진다면 이것이야말로 그 어느 정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농업인 삶의 질 개선'이 될 것이다.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관심과 검토가 있기를 건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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