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얼마 전 경기도 판교에서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환풍구 위에 올라 섰다가 환풍구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 해 꺼지는 바람에 여러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많은 언론에서 환풍구의 안전 장치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 하였으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설계와 다른 시공에 대하여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리고 부실 시공에 대한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대하여서까지 안전 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일반 행인들이 걸어 다니는 보행 도로에 설치한 환풍구인 경우 상식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올라설 수도 있으므로 그 무게를 견딜만하게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이번 사고와 같이 높이가 달리 설치된 환풍구에 사람들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하고 그것을 견딜 만큼 모든 환풍구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모든 절벽에 사람이 기대어도 넘어지지 않을 정도의 철책을 세워야 하고 모든 창문에는 뛰어 내릴 수 없게 철창을 달아야 할 것이다.

그런 것보다 우리가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왜 아무 생각 없이 많은 사람들이 환풍구 위에 올라 갔는가 하는 점이다. 안전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안전 불감증이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많은 대형 사고들이 "괜찮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일어났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그러했고,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 그리고 최근의 세월호 참사가 모두 이 "괜찮겠지"에서 말미암은 것들이다. 사고가 난 다음에 살펴 보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 하는 안타까움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병원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몇 만 명에 하나 생길까 말까 하는 부작용을 설명하면 많은 환자분들이 자기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보아 결정을 미루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가장 흔한 수술 중 하나인 충수돌기염(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수술에서도 사망하는 경우가 있으며, 조영제를 사용하는 검사에서도 드물게 심장마비가 일어나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대다수의 수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설명하면 결정을 미루는 바람에 수술 후 경과는 더욱 나빠지게 된다.

특히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그리고 복먁염 같은 경우는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경과가 나빠진다. 이러 때는 과감한 결단이 꼭 필요하게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우리 주변의 사고들은 대부분 방심이나 무지에서 비롯된다.

일년이면 수십 차례 일어나는 가스 폭발 사고인 경우 가스 취급의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많은 분들이 안전띠 착용을 게을리 하여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때로는 그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당하는 경우도 있다.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았던 승객들이 부상을 당한 경우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이후에는 버스를 탈 때에 손잡이를 잡듯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에도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고 소식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지 말고 나에게도 같은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안전을 생활화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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