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영 네센엔터테인먼트 대표·경영학박사·논설위원

   
 
     
 
기업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 '새로움', 즉 '혁신'에 대한 압박을 상당히 받는다. 혁신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은 성공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기업은 고객들이 지조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만을 바라지만 고객은 최고의 가치를 찾아 늘 변심한다. 나날이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기업 스스로가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미국의 애플(APPLE)사는 고객 관찰을 통해 자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들로부터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는지 끊임없이 검토한다.

또 1년에 두 번씩 개최하는 '맥월드'를 통해 기존제품을 뛰어넘는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렇듯 자신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자신의 품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주기를 바라며 세우는 전략이 고객 고착화(lock-in) 전략이다. 고객 고착화의 가장 큰 이유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다.

전환비용이란 소비자가 현재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꿀 때 발생하는 유·무형적 비용이다.

즉 해당제품에 크게 만족하지 않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높으면 고객은 쉽게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지 못한다. 전환비용이 높은 제품은 고객만족도 수준은 낮을지 몰라도 고객의 충성도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혁신을 평가할 때 크게 '고객의 욕구를 얼마나 더 잘 충족시켜 주는가'라는 편의성, '기술적으로 기존 제품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했는가'라는 기술성, 이 두 가지로 평가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 두 가지에서 모두 우월한 혁신제품이라 해도 '고객의 습관'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못하면 쓰디쓴 실패를 겪을 수 있다.

전기자동차를 타는 고객은 친환경 자동차가 주는 매력보다 전기충전으로 행동을 전환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사용을 망설인다.

더구나 불황 때는 유행을 쫓는 소비자의 다양성 추구 경향이 눈에 띄게 줄어 든다.

반면 과거 자신이 습관적으로 사용해온 제품이나 브랜드만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고객 행동의 변화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이 전환비용인 것이다.

혁신을 고민하는데, 한편 요즈음 간과할 수 없는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패션에 무관심하고, 주로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며,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러 사회성이 부족한 마니아를 일컬어 '오타쿠'라 부른다.

오타쿠들은 본인이 강한 흥미를 가진 대상, 또는 관련 아이템을 가능한 많이 구입해 모아두려는 성향이 강하고, 제품이 미완성이거나, 창조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는 대상의 창조과정에 참여하거나, 스스로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단독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같은 대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성숙시장의 선진적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많은 기업에게 주목 받고 있다.

일본에서 크게 히트한 하드디스크(HDD) 레코더는 PC분야의 한 오타쿠가 발명했다.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오타쿠들의 소비형태를 파악하면 기업의 혁신 전략에 큰 도움을 준다.

혁신을 준비하는 기업은 전환비용이나 고객 행동의 변화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혁신의 저주'를 '혁신의 축복'으로 바꿔야 한다.

'혁신'의 안을 들여다 보면, 만만치 않은 복잡한 방정식이 내재한다. 하지만 모든 복잡한 수식들이 그렇듯이 노력해서 잘 풀다 보면 '성공'이라는 답이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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