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부 교수·논설위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교수가 1998년 심리학회장을 수행하면서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이 아니라, 인간의 장점과 강점에 초점을 두는 긍정심리학을 제창한 이래 2000년대 들어 긍정적 마인드 내지 행복 등이 사회 의식의 주류(main stream)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기초로 리더십, 비전, 감성, 창의성 등을 갖춘 자기주도적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대학과 산업현장에서 국·영·수 주요 과목의 성적이나 출신학교 또는 소위 '공부 잘하는', '모범생다운', 혹은 '말 잘듣는' 것과 같은 기준 이외에 다양한 요소들을 선택기준으로 고려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이제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이 개인의 꿈, 끼, 도전 정신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 만큼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고, 그에 따라 가능성과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과거에 성적 중심의 대학입시나 취업 면접이 더 편했다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생들이 해야 할 것은 공부가 '전부'였고, 그 공부에 의해 나타나는 성적이 학생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었기 때문에, 학교의 교사도 가정에서의 부모도 취업 현장의 면접관도 그저 성적만 보면 만사 오케이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취업을 위해 개인의 성적은 더 이상 필요충분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봉사활동, 자격증, 수상경력 심지어 헌혈증과 같은 것들까지 필요충분의 조건들이 더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경쟁'이다. 원하는 자리, 즉 원하는 대학이나 회사의 수보다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많다는, 단순한 수요공급의 법칙이 개인의 스펙조차도 경쟁의 요소로 만들어 버린 데 그 이유가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 내 경쟁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만들어낸 잠재력이고 경쟁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사회의 높은 스트레스 원인이고 우리나라를 살기 좋은 행복한 나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이러한 경쟁문화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나라의 부모들 중에는 자녀의 교육에 대해 극단적인 긍정적 마인드 집단과 극단적인 부정적 마인드의 양극적 집단이 나타나고 있다.

긍정적 마인드의 부모들은 자연친화적인 교육방법을 선호하고 칭찬을 통해 아이들의 자신감을 고취하며 사교육에 열중하지 않으면서도 자녀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놔두고 자연스럽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반면 부정적 마인드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교육투자만이 자녀의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전제로 사교육에 매진하고 자녀의 단점을 개발하기 위해 헌신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부정적 마인드를 가진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태도와 방식의 폐단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만일 부정적 마인드의 부모라 할지라도 부모의 의도가 아니라 자녀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기초로 자녀를 성장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그 자녀는 미래에 경쟁력이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한편 긍정적 마인드의 부모가 갖고 있는 긍정적 마인드는 우리의 교육풍토에서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긍정적 마인드는 현재의 일에 대해 '마음을 비움'과 같은 현상유지의 의미가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향한 마음의 자세가 긍정적인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성장의 상당 부분이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긍정적 마인드의 부모로서 부정적 마인드의 부모만큼 자녀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데 관심을 두고 투자한 부모라면, 이제 연말에 대학입시나 취업에서 '우리 아이가 잘할거야'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지켜볼 일이다. 긍정적 마인드는 준비된 사람에게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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