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문철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논설위원

   
 
     
 
이제는 시간에 얽매인 일상이 아니다 보니, 대체로 신문을 정독하고 방송을 경청한다. 생활 주변의 잡다한 생각에다 궁금한 것도 많다. 한낱 '필부필부(匹夫匹婦)'의 눈에 비친 오늘의 제주사회의 일부 단면을 조심스레 소견을 곁들여 스케치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해군기지에 관한 일이다. '군사기지'와 '평화유지' 간의 함수관계가 '득(得)'인지 '독(毒)'인지를 논할 함량(含量)은 못되기에, 이건 살짝 비켜간다. 그래도 할 말은 있다. 우선 정부는 이 막중한 국책과제에 따른 '갈등의 해결'을 지자체에만 맡겨 놓고 뒷짐 지고 있는가.

그리고 일차적인 이해 당사자가 강정인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지자체는 그 지역에서만 해법을 찾으려 하는가. 나머지 도민들은 별무관한 일인가. 알파도 오메가도 오직 강정에만 있단 말인가. 일반 도민들을 대상으로는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둘째, 4·3의 문제는 이미 수년 전에 정부보고서가 나옴으로써 사실상 이를 정설(定說)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마침내 국가추념일로도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나름대로의 논거를 내세워 이러한 상황인식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상황에 대하여 필자의 눈은 '우물쭈물'하는 '당국'과 '일부'니 '극우(極右)'니 하며 그들에 대하여 사시적(斜視的) 입장을 취하는 '언론'을 본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논의나 검증이 불필요한가.

셋째, 도정과 의회의 관계를 바라보는 도민의 눈이 곱지 않다. 정당정치 체제하에서 집권당이 배출한 도지사와 의장 간의 관계구도가 이래서야 도대체 무슨 일을 도모하겠는가. 따져보면 물론 잘잘못이 있다. 그러나 도민이 보기엔 그것은 분명히 양측에 다 있다는 말이다. 내세울 명분이야 다 있겠지만, 과연 그게 '기(氣)싸움'이 아니라 '위민(爲民)의 열정'이란 말인가.

넷째, 도로공사에 관한 일이다. 특히 동회선 일주도로 공사는 도대체 언제면 끝나는가. 필자의 기억으론, 지난 십 수 년 동안 여기 끝났나 싶으면 저기 또 하고, 정말 지겹기 이를 데 없다.

안 그래도 특별자치도 체제라 도내의 모든 도로가 지방도(地方道)인 터에 전국 지자체 중 부채가 가장 많다는데, 툭하면 신설했다 확장했다, 어찌 보면 섬 전체가 '길' 천지다. 아무리 관광지라지만 결국 이게 다 '빚잔치' 아닌가. 어느 도백(道伯)도 그 빚 덩이를 재임 중에 책임지지는 않는 데서 오는 혹 '방만경영(放漫經營)' 탓은 아닌가.

다섯째, 보도블록 교체공사이다. 보도블록 유지·보수는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마다 왜 하필이면 요즘 같은 연도 말에 집중되는가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 시민들은 이미 다 안다. 해 넘어가기 전에 불용예산 써버리기 위해서라고. 내심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시민은 '봉'이고 이 돈은 '눈먼 돈'이다. 궁금한 게 또 있다. 걷어낸 그 '멀쩡한' 불록은 어디로 가는가. 

여섯째, 일도지구 연삼로 대 도로변의 시가지 풍경은 언제까지 이 상태로 둘 것인가.

이 도로변 부지 대부분엔 지하실이 가설(假設)돼 있다. 훗날 도시계획이 재조정될 때를 기다려 미리 지하실 공사를 해놓고, 그 위에 단층짜리 조립식 가건물을 지은 것이다.

이 세월이 무려 20년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상황은 그대로이다. 그 결과 시가지 풍경이 여간 촌스럽질 않다. 도시미관이나 시가지 발전상을 타 지역과 비교해 보시라. 신시가지 조성 당시의 토지분양 계약조건과 관련된 무슨 조건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대충 듣고는 있지만, 어쨌든 언제까지 이대로 둘 것인가.

한낱 소시민의 눈으로 본 오늘의 제주사회의 한 단면이다. 몇 번을 살폈지만, 그래도 혹 필자의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다면 양해가 있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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