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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으로 일주일 나면 다행"[제민포커스 / '고령사회 제주' 노인복지의 그늘] 르포 2 - 한끼로 버티는 노인들
고영진 기자
입력 2014-12-01 (월) 18:53:01 | 승인 2014-12-01 (월) 19:01:34 | 최종수정 2014-12-01 (월) 20:39:17
   
 
  ▲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1일 제주시 삼도1동에 살고 있는 고옥순 할머니가 자원봉사자들이 배달한 도시락으로 끼니를 겨우 해결하고 있다. 고영진 기자  
 
고령 저소득 홀몸 노인 증가…달방·쪽방 생활
자원봉사 도움 없이 끼니 거르는 일도 허다해

올해 들어 수은주가 가장 밑으로 떨어졌던 1일, 월 18만원짜리 여인숙 '달방'에서 만난 서기진 할아버지(79)의 얼굴에 뜻 모를 표정이 얹어졌다. 서 할아버지는 자원봉사자들이 건넨 도시락을 받아 능숙하게 간이침대 밑 소형 냉장고에 나눠 넣었다. 도시락 지원을 받은 지 벌써 6~7년이 되다보니 어떤 것을 먼저 먹고, 어떤 것은 나중에 먹을지 쯤은 훤하다. 서 할아버지는 "이 것(도시락)으로 잘 하면 일주일도 난다"며 "그냥 굶는 날도 많은데 이정도면 호사"라고 말했다.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크지만 수년째 가족 대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는 사정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런 서 할아버지 사정은 박승계 할아버지(70)와 비교하면 오히려 나을 정도였다. 박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한 평 반 짜리(4.9㎡) 쪽방은 성인 한 사람이 몸을 누이면 더 여유가 없을 정도로 좁아 도시락도 간신히 전달했다. 박 할아버지 역시 이날 제공받은 도시락으로 일주일을 산다. 박 할아버지는 "차가워도 먹고, 상해도 먹고 한다"며 "(자원봉사자들)고생시키면 안되는데…"하고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도시락 마중을 나온 고옥순 할머니(89) 방은 말 그대로 냉골이었다. 이불 몇 겹으로 추위를 피하던 자리를 애써 자원봉사자들에게 양보하던 고 할머니 옆에는 약 봉지가 한 가득이다. "정부 지원금이 나와도 거의 다 약값으로 쓴다"는 고 할머니 가계부에는 아예 식비 항목이 없다.
 
이날 하루 배달된 도시락은 230개. 제주특별자치도적십자회 청솔봉사회의 몫이란 점을 감안하면 도시락 하나가 절실한 고령 노인들의 수는 더 많다. 
 
제주발전연구원의 '고령사회 도래에 따른 노후 생활 안정화 전략과 대응과제'에 따르면 제주지역 노인 10명 중 3명(34.8%)은 경제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건강(36.2%)이었고 생활비 부족으로 생계 곤란을 느끼는 경우도 14.7%나 됐다. 주민등록상 저소득층 홀몸 노인만 도내 전체 노인의 5.8%(4597명)에 이른다.
 
양명순 청솔봉사회 총무는 "일주일에 한 번 도시락 배달로는 모자란 상황이지만 이런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며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 장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영진 기자

고영진 기자  kyj@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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