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대표·논설위원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됐다. 제주의 전략적 특화품목은 11개이다. 농산물은 감귤·무·마늘·양배추·감자·당근·양파·브로콜리 등 8개이고 수산물은 광어·갈치·조기 등 3개다. 제주도는 11개 품목에 대해 양허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해 왔다. 노력 끝에 이들 품목에 대해 양허제외 지위를 획득했다. 다만 브로콜리는 조제저장처리 되면 관세철폐로 전면 개방된다. 

당국은 한·중 FTA 협상이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 막아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서로 먹거리 등 식문화가 비슷하고 근거리의 인구 13억의 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한·중 FTA가 제주 농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어찌하든 이제 제주농업은 바야흐로 시장개방 시스템 속으로 완전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주지하듯이 제주는 전통적인 농산물의 생산과 더불어 내수를 지향한 농산물 유통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와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FTA로 인한 피해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품목은 이번 협상 이후 생산 집중 현상이 일어나리라는 것도 명약관화하다. 결국 제주 특화전략 11개 품목 중 밭작물은 공급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월동무 가격하락과 현재의 양배추 산지폐기와 같은 파동은 반복될 것이고 그 주기도 빨라질 것이다. 이러한 공급과잉과 함께 내수 지향적 생산과 유통은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농업인의 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사실 과거 제주 농정은 시장개방 침투에 맞서 수비적인 자세만 취해왔으며, 골을 넣기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해 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했다. 새 도정이 기회요인을 잘 살릴 수 있다면 한·중 FTA는 위기인 동시에 중국 시장 또한 개방되는 것이기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인들의 제주에 대한 애착이 그 중 하나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제주와 서울이라고 답한다. 잘만하면 제주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는 기회의 마당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방치하면 희망이 없다. 이곳에서 중국인들이 먹는 것은 대부분 중국산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도정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전문음식점 사업대상자'를 공모하여 지원금으로 수억원의 혈세를 지출하기도 했다. 지원 업체는 중국 명품음식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현지 요리사 10여명을 채용했다. 중국인 요리사는 지역 농수산물 보다는 값 싼 중국산 해산물을 주문하여 요리를 만들었다. 이로 말미암아 제주산 식재료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고 중국 식재료의 소비만 늘린 꼴이다. 지역의 농수산업을 관광산업과 연계시키지 못했다. 심지어 먹는 것도 중국산 자는 것도 중국계 호텔이다 보니 '중국인이 쓰는 돈은 전부 중국인 호주머니로'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 마당에 도정은 소농가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제주산 농수산물을 어떻게 외식업 속으로 흘러들어가게 할지 지혜를 짜내야 한다.

도내에서 내로라는 특급 호텔에서 제주산 식자재 사용비율은 10~20%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1만여 개를 헤아리는 도내 일반음식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제주산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우선 도정은 제주에서 생산된 식자재가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만큼 소비되고 있는지 통계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수치를 바탕으로 소비 목표량을 정할 수가 있다. 앞으로 지역 농수산물 소비 업소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하고, 더불어 농가와 외식업체가 직거래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안심의 청정 제주 농산물을 생산하는 소농가들은 도정의 FTA 대응 정책에 현실적으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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