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채소 수급불안정 수년째
영농후계자·젊은 귀농인 등
임차료·농기계 대출금 부담
작목 전환·농사포기 등 고심

길게는 3년째 이어진 월동채소 수급 불안정 상황이 지역 농업 경쟁력을 흔들고 있다. 반복되는 '빚농사'로 농업후계자와 '젊은' 귀농인들의 이탈 조짐까지 나오는 등 농심(農心)이 흉흉하다.

농업경영인(영농후계자)인 A씨(45·제주시)는 최근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1만6528㎡ 남짓한 땅에 농사를 짓는 그는 벌써 3년째 이어진 악재에 속이 까맣게 탄 상태다. 전체 농지 중 A씨가 매입해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은 1000㎡가 안 된다. 나머지는 3.3㎡당 2000원을 주고 빌렸다. 주변 뜻 맞는 농업인 5~6명이 모여 영농법인을 만들고 전용 세척기까지 갖췄지만 과잉생산으로 월동무 가격이 떨어지자 임차료에 농기계 대출금까지 모두 부담이 됐다. 
 
A씨는 "첫 해는 내년에는 괜찮겠지 했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니 '더는 못 하겠다'는 말이 버릇이 됐다"며 "임차료나 대출금은 기본옵션이고 매년 농사를 짓느라 쓰는 투자비용까지 남는 것 없이 빚만 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 채소류의 내년 봄 작형 재배의향 조사결과도 이런 현실을 반영했다. 표본농가 대상 조사기는 하지만 건고추·마늘·양파·대파·배추·무·감자·당근·양배추 등 9개 품목 재배면적 모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참여 농가의 상당수는 차기 재배품목을 아예 정하지도 못하는 등 불안감을 반영했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자가농업인 경우는 산지폐기를 하더라도 생산비는 건지는 수준이지만 임대를 통해 대규모 경작을 하는 젊은 농업인들 중에는 크게 손해를 보는 사례가 적잖다"며 "가뜩이나 농촌 고령화가 걱정인 상황에 젊은 사람들마저 빠져 나가면 더 버틸 나위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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