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용자 늘지만 대리운전 기사들 한숨
보험료 등 개인 부담…100만원 벌기도 빠듯

▲ 연말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대리운전 이용자는 늘고 있지만 대리운전기사들은 여전히 적은 수입으로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도내 한 대리운전업체 직원이 운전하는 모습. 고영진 기자
"밤새 운전대 잡아도 수중에 남는 게 없습니다"
 
낮에는 배달업에 종사하고 밤이면 술에 취한 사람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는 대리운전기사 현모씨(35)는 요즘 밤공기가 더욱 차게 느껴진다.
 
밤새 손님들의 술주정을 들으며 운전대를 잡아도 손에 쥐는 돈이 5만원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
 
현씨는 "아이 둘을 키우는데 배달일 하나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이렇게 밤거리로 나서게 됐다"며 "하지만 사무실 선입금비와 보험료, 무전기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연말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대리운전 이용자는 늘고 있지만 대리운전기사들은 여전히 적은 수입에 고민하고 있다.
 
18일 대리운전업계 관계에 따르면 최근 대리운전은 3~4개의 영세업체가 공동으로 대리운전 접수를 받아 분배하는 연합사무실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이 사무실에 일정금액을 선입금한 후 대리운전비가 7000~1만9000원이면 3000원을, 2만~2만9000원이면 4000원을, 3만원 이상이면 5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매달 일을 배정받는 휴대전화 프로그램 사용비로 1만5000원과 교통사고에 대비한 보험료 6만5000원을 개인이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리운전기사들을 이송하는 속칭 '픽업비'로 시내권은 1000원을, 대리운전비가 1만5000원 이상인 경우는 2000원 지불하고 있다.
 
이처럼 업체에서 가져가는 수수료가 많고 보험료 등도 개인이 지출하면서 대리운전기사들은 일을 해도 수입이 나지 않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대리운전기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이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며 "보험제도 보완과 함께 대리운전업체들의 인식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9월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 대리운전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리운전기사의 추정 수입은 월 200만원선이고 업체 수수료와 관리비, 보험료, 배차 프로그램비 등을 제하면 평균 150만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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