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 패배로 불거진 민주당내 분란이 급기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이어짐으로써 당내 권력투쟁과 여야관계, 당정관계 등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선거패배 이후 여권내 분란의 초점은 각 정파와 대권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조기가시화 →당정쇄신 →권노갑.박지원씨 은퇴요구 →최고위원.당직자 사퇴 →전당대회 시기와 방법 →대통령 총재직 사퇴 등 쉴 틈 없이 변해왔다.

이 과정에서 동교동 구파와 신파, 쇄신파 및 대권주자들간의 갈등과 반목이 첨예하게 드러났으며, 당은 `권력진공" 상태로 빠져들었고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사퇴로 여권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0.25 재보선 패배 직후에는 `민심이 이반 됐다"는 현실인식과 함께 `후보중심으로 당을 추스르자"는 여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그 동안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던 후보 조기가시화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과 초.재선쇄신파 의원들은 후보조기가시화 논의는 당정쇄신 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용"이라며 인적쇄신과 당정쇄신을 요구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이후 연대모임을 갖고 서명운동 등 세확산을 시도하면서 청와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어 초선의원 모임인 `새벽21"이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 수석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이에 대해 동교동계가 정면으로 반발함으로써 내분은 동교동계와 개혁파간의 정면충돌로 치달았다.

쇄신파들이 특정인을 지목해 퇴진을 요구한데에는 동교동 구파가 특정 대선주자를 지원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

급기야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정동영 최고위원이 지난 1일 당무회의에서 최고위원 사퇴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했고 이는 2일 최고위원과 당직자들의 일괄사퇴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당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시기와 방법 등 정치일정 논의가 확산되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측은 "1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선출하고 후보선출은 지방선거 이후에 해 이 위원에게 불리하게 하려 한다"며 `음모론"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한화갑 최고위원측은 `이 위원의 역음모론"으로 맞서 대권주자들간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됐다.

또 쇄신파 의원들은 "정치일정 논의는 쇄신의 본질이 아니다"며 쇄신요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김 대통령은 7일 `지도부 간담회"에서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8일긴급당무회의를 소집, 민주당 내분 사태와 관련, 경제와 남북관계 등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도 같은날 "국회의원은 입이있고 비서는 입이 없다"는 짧은 소회를 남긴 채 청와대를 떠나면서 당내에 일었던 `쇄신갈등"의 소용돌이는 일단락됐다.

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만 각 정파와 대권주자들이 노정했던 서로간의 불신과 대립을 과연 치유할 수 있지 의문"이라며 "총재와 대권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당내 분란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재보선후 불거진 `쇄신갈등"이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이어지면서 `당권.대권 갈등"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