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지난 2012년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공공의료는 공공보건의료기관만 수행하는 특수영역이 아닌 것으로 됐다.

현재 시행중인 동법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 계층,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의료기관도 법이 정한 범위에서 공공보건의료와 관련된 기능을 수행하면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돼 공공보건의료기관들과 동일한 위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공공보건의료의 전달체계가 양적 확대와 질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많은 기대를 걸었다. 설립 및 운영 주체에 관계없이 모든 보건의료기관이 공공보건의료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공공의료와 관련된 정책 대상이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법 개정안이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지 2년 지났는데도 공공의료 영역에서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개정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공의료와 관련된 정부 정책은 국공립 보건의료기관에만 초점을 맞춰 수립, 집행되고 있다.

게다가 동법에는 민간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공공전문진료센터 등으로 한정돼 있어 매우 제한적이다. 이래서야 민간의료기관의 공공보건의료에 참여하는 효과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우선 국민건강보험제도 내에서 의료수가가 통제되고 있으며, 이 제도는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되고 있다.

또 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무차별, 평등의 원칙이 의무화 돼 있다.

경제적 원리에 관계없이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은 필수 진료과목을 두게 하고 있다.

이밖에 영리회사에 의한 의료서비스 제공 금지, 환자 유인행위 금지 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의료의 공공성을 내세워 이뤄지는 정책이다.

이같은 시스템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에서 공공의료를 따로 떼어놓고 거론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같은 실정을 감안하면 보다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을 응원하고 견인함으로써 사회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병원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의료의 공적 기능이라는 명분하에 저수가와 비급여에 대한 강력한 통제 정책 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의료서비스의 부실화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의료를 포함한 의료공급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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