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장

   
 
     
 
대한민국이 국무총리 후보자로부터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정치인들이 내뱉은 '말'(言)로 야단법석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언론 외압' 의혹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총리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꺼낸 방송보도 통제와 일선 기자 회유·협박 등의 발언을 부인하다가 관련 녹취 파일이 공개되자 공식 사과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문제로 경남도교육청과 갈등을 빚는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의 시·군 순방길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해당지역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28일 김해시 기관장 환담자리에 참석한 성기홍 김해시교육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한 발언권을 달라고하자 홍 지사가 건방지게 지사의 발언을 가로 막는다'는 식으로, 앞선 27일 남해에서는 김수상 남해시교육장이 '홍 지사가 교육계는 모두 거짓말쟁이' 발언을 했다고 각각 주장하면서 해당지역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상남도는 교육계의 반발이 커지자 김해시 순방 간담회장의 교육장간에 벌어진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건방진 표현은 없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신' '예의없게 말이야' '뭐 이런 분을 초청해 가지고' 등의 발언과 고성이 담기면서 경남도 전·현직 교육계가 기자회견을 열고 "고압적으로 교육장에게 고성을 질렀다. 교육가족 비하 발언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홍 지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도지사의 '말'로 시끄러운 것은 제주도 마찬가지다. 원희룡 지사가 취임후 2015년도 예산안 도의회 심사 및 4·3희생자 재심의와 관련한 돌출발언이 갈등·대립만 키우는 실정이다.

원 지사는 지난해말 2015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도의회와 갈등을 빚는 가운데 KBS라디오에 출연, "도의원들이 사심 내지는 욕심이 껴서 1인당 20억씩 보장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발언, 도의회와의 갈등을 키웠다. 원 지사가 의회에서 '20억 요구설'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예산파국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 지사는 또 지난 3일 정례 직원조회에서 "도의회가 올해 예산안 가운데 기네스북에 나올만한 1636억원을 선심성으로 판정, 민생·행정기능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발언, 도의회가 "예산파국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갈등을 키운 원 지사의 발언은 4·3 희생자 재심의 문제에서도 이어졌다. 원 지사는 지난 1월23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단체의 4·3희생자 재심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돌출발언으로 4·3희생자유족회원에 상처를 줬다.

원 지사가 3일 후 항의방문한 4·3희생자유족회에 대해 "올해 위령제에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의미였는데 오해가 생겼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도백의 제주역사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5월 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도 "남로당 수괴급 등을 제외한 헌법재판소의 기준에 따라 4·3희생자 재심의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전력이 있는 탓이다.

취임 후 원 지사의 돌출발언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도백을 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이완구 총리 후보자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처럼 국가·지방을 경영하는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가 나라·지역 전체를 혼돈상태로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혼돈 상태로는 제주발전의 속도가 지체되기에 얻는 것 보다 잃은 게 많을 수 밖에 없다.

'입이 화를 부른다'는 구화지문(口禍之門)처럼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때를 맞추지 못하면 실언(失言)이 된다. 원 지사는 취임 후 현재까지 자신이 행한 발언을 토대로 좀더 신중하고 사려깊은 고뇌를 바탕으로 의사를 표출해야 한다. 아무리 예산개혁이 옳다고 해도 도의원을 공격하는 화법은 갈등만 촉발시킨다. 국회의원 당시 개혁의 저격수로 활동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화법이야 효과를 얻었지만 지금은 도정의 책임자이기에게 더 더욱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한다. 상대를 무시하고 상처를 주면 그 자신도 무시당하고 상처받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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