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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18개국 금리 내렸다…깊어지는 한은의 고민유로화 약세에 對 EU 수출 30% 급감…수출경쟁력 약화 우려
경기 부진·디플레 우려에 힘얻는 금리 인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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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8 (일) 12:42:23 | 승인 2015-03-08 (일) 12:42:49 | 최종수정 2015-03-08 (일) 12:42:43
   
 
  ▲ 고민에 빠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진 계기는 연초부터 치열하게 전개된 주요국들의 '통화전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로 유럽에 퍼진 통화완화 물결은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까지 확산됐다. 올해 들어서만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들이 통화완화를 단행했다.
 
주요국이 금리를 내려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린 상황에서 한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원화는 자동으로 강세를 띠게 되고, 이는 수출 경쟁력 약화를 부를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졌다. 추가 금리 인하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이어지는 각국 '깜짝' 금리 인하  
 
8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렵연합(EU), 중국 등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절반이 양적완화,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 18개국은 정책금리를 내렸다.
 
'통화전쟁'은 ECB가 불붙였다. ECB의 양적완화가 예상되자 스위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작년 12월 -0.25%로 떨어뜨린 데 이어 -0.75%까지 확대했다. 스웨덴 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기준금리(-0.10%)로 대응에 나섰다.
 
덴마크, 노르웨이, 폴란드,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호주, 터키, 캐나다도 금리를 낮췄다. 싱카포르는 자국 통화 가치의 절상을 늦추는 방식으로 통화완화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깜짝' 금리 인하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올해 1월에 예정에 없던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금리를 내린 이후 지난 4일엔 별도 성명 발표를 통한 '기습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 금리를 인하한 지 3개월여 만인 최근에 전격적인 추가 인하 조치를 내놨다.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물가 하락 우려도 커지자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국이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하자 한국도 여기에 동참해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주장이 거세졌다.  
 
주요국들이 자국 경기 둔화를 막으려고 앞다퉈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면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은 더 어려워진다.
 
실제로 ECB의 완화 정책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지난 1월 대(對) EU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2월엔 감소 폭이 30.7%로 커졌다. 지난 1월에는 일본에 대한 수출도 19.5% 줄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유로화의 동반 약세에 이어 신흥국 통화까지 약세 폭이 확대되고 있어 환율·통화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 이주열 "지금은 '환율전쟁' 상황 아니다"
 
주요국의 통화 완화 행진에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를 '환율전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7일 금리 동결 결정 이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많은 나라가 통화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경기 회복세를 좀 더 높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통화전쟁' 또는 '환율전쟁'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상대국의 희생을 초래하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통화 완화에 나선 국가들은 직접적으로 환율을 정책 목표로 삼기보다는 디플레이션, 저성장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자국 경제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은 특정 환율을 목표치로 삼지 않지만, 통화 완화 과정에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금상첨화'라는 식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이 통화 완화 대열에 동참한 나라들 못지않게 어둡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수출·투자·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나빠지자 잠잠했던 추가 금리 인하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어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광공업생산 감소율(3.7%)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쳐 3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사상 첫 마이너스(-0.06%) 물가다.
 
◇ 기준금리 조정하나  
 
그러나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미국이 이르면 6월 금리를 인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이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자본 유출 가능성이 있고, 1천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 가계 소비 여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물가, 경기 등 현재 경제 상황만 보면 금리를 당연히 내리는 것이 맞다"면서 "한국은행의 역할에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 함께 들어가 있어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전 금통위원)도 "경제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지만, 선제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며 "작년 8월에 좀 더 과감한 인하를 해야 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3월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이 나와 앞으로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4월에 경제 전망을 수정하며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달 금통위는 오는 12일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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