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익 수필가·논설위원

   
 
     
 
1950년대 중학생활은 고달팠다.
초등학생 때는 뭣 모르고 지냈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소요시간이 채 5분이 안되는 거리여서 통학의 어려움을 체험하지 못했다. 검정 교복을 걸치면서부터 하루에 무려 두 시간 이상을 길에서 굴러다녀야 했으니 이건 보통 사단이 아니었다. 닭이 홰를 치고 나면 득달같이 일어나야 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책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채 마음을 다잡고 허위허위 발품을 팔며 두 마을을 지나야 하는 꽤 먼 거리였다. 신작로에 나다니는 차량도 뜸했거니와 호주머니가 비었으니 차를 타는 것은 꿈꿀 수 없는 희망사항이었다.

차를 얻어 탈 때도 있었다. 그 당시는 동산을 달달거리며 올라가는 한물 간 고물트럭이 태반이었다. 속력이 느려 차에 올라타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짐칸에 얹어 탄 친구들이 의기양양 우쭐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기사 아저씨 눈에 걸리기만 하면 차를 세우고 야단을 쳤다. 어떤 친구들은 짐칸에 올라가지 않고 눈에 띄지 않도록 한참을 매달려가기도 했다. 먼지와 매연 속에서 차 뒤꽁무니에 매달린 모습은 지금도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슬픈 잔상이다.

그새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바뀔 만큼 바뀌었다. 오늘날 제주 도로상을 달리는 차량들을 보면 변화의 폭을 실감한다. 불모지였던 제주에 2월말로 차량 대수가 약 40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농촌 구석구석까지 차량이 넘치는 판국이다. 어린이와 학생들을 제외하면 거의 한 명당 한 대꼴이다. 그래서인가 출퇴근 시간대에 차를 몰고 오일장 근처나 신제주권으로 들어서면 자동차로 긴 줄을 그어 옴짝달싹 못하기 일쑤다. 

자동차 홍수 시대임을 실감한다. 절로 지구온난화가 떠오른다. 이런 상황이 반복 이어지다 보면 차량 대수만큼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제주의 청정 환경을 마구뒤흔들어 놓을 게 뻔하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데 제주가 일조함으로써 온실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는 청정지역이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바람직한 수직분포를 보여준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쳐져 어느 곳에서나 청정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제주의 공기와 물이 최상급이고 성산 일출봉을 비롯한 360여개의 오름에서 비롯한 자연 경관이 눈부심을 실감하고도 남는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제주가 아닌가. 전기자동차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사인 기후변화와 환경보전에 부응하며 청정 환경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작년에 이어 올 3월에도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개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탄소 없는 '녹색섬'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벌름거린다.

우리만이 전기자동차에 공을 들이는 게 아니다. 공해가 극심한 중국 베이징은 2017년까지 전기 택시 17만대를 보급하려 하고 있으며, 안개로 유명한 영국 런던은 2018년까지 택시를 모두 전기자동차로 바꿀 계획이다. 뉴욕은 2020년까지 옐로우 택시 1/3을 교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날로 험악해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유가가 또다시 상승국면을 탈 개연성이 크다. 자연 사람들은 전기자동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개발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제주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날개를 달 것이다. 앞으로 전기자동차 대수가 증가하면 전력 수요도 증가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개발은 인류의 과제임이 분명하다. 오염된 지구환경을 정화하는 일은 청정에너지 개발에 달렸다. 제주만이라도 전기자동차 산업이 꽃을 피워 탄소 없는 녹색 섬을 만듦으로써 타 지역에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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