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1962년 소련이 미국에 앞서 우주산업에서 성과를 거두자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에서 '10년 안에 달에 인간을 보내고 무사히 귀환시킬 것'이라는 연설을 한다. 그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허무맹랑하게만 들리던 이 달나라 프로젝트는 1969년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리면서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기술에서도 세계 최강국임을 인정받게 되었다.

수십 번의 시행착오와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대담한 목표가 실현됐을 때의 효과를 헤아렸던 케네디의 탁월한 리더십은 시대적 불안감을 걷어냄으로써 국민을 결집시켜 경제활성화에 기여했다.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도시도 비전과 목표가 구체적일 때 추진력이 커진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되다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업매출이 정체되거나, 도시가 성장을 멈춘 듯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기업은 M&A(인수합병)을 하거나 상품의 새로운 용도를 개척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제조업체들은 첨단산업이나 지식서비스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을 통해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로 개선해 나가기도 한다.

애플은 다른 기업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열어 스마트폰의 즐거운 상호작용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무너지던 기업의 지속적인 성공으로 충분히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세상을 바꾸는 제품을 만든다'는 애플의 비전은 더욱 우수한 제품에 대한 구성원들의 열망을 자극시켰다.

도시는 이러한 경우 신산업을 일으키거나 산업간 융합을 필요로 한다. 범죄가 빈번했던 붕괴 직전의 미국 시애틀은 빌 게이츠가 고향을 찾아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이전시키면서 부유하고 살고 싶은 도시로 변했고, 철강산업의 쇠퇴기에 이른 스페인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립하면서 도시재생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는 이런 행운을 얻기 어려우므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도록 보유하고 있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엮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일반 제조업 중심의 많은 도시들은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하는 방법을 통해 교육, 의료, 금융 등의 고부가가치 영역을 산업으로서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정체를 극복하고 있다.
가난한 어촌마을이던 도시국가 싱가폴이 국가 중점사업의 비전을 교육서비스산업으로 제시하고,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을 유치하면서 성장동력의 바탕을 이룬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를 통해 주변국가에서 흡수하여 육성된 인재를 의료, 물류, 바이오, 엔지니어링 등의 또 다른 중점산업에 투입시켜 국가성장의 선순환을 이루어냄으로써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게 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를 지나, 2~3년 이내에 3만달러 시대로의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제주 역시도 3만달러 시대의 비전과 전략을 설계하고 기반을 닦아온 신산업들을 효율적으로 연결시켜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미래에 어떤 제주의 모습을 기대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 가능하게 해 줄 리더십이 필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은 조직과 지역 중심이던 그동안의 선거 관행을 깨고 초반에 출마 의사도 비치지 않았던 젊은 도지사를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은 지금은 무모해 보일지 모르나 제주가 결국 실현하게 될 원대한 꿈을 설계하고 대담하게 도전할 수 있는 리더십을 기대했기에 가능했다. 리더의 비전은 혁신능력이기에 비전의 크기는 도시의 수준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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