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논설위원

   
 
     
 
다음달부터 수도 요금이 9.5 %, 그리고 하수도 요금이 27 % 오른다고 한다. 제주도의 발표에 의하면 제주도 상수도 생산원가는 t당 898원인 반면 요금은 698원으로 요금 현실화율이 77.7%이고, 하수도 처리원가는 t당 1984원인 반면 요금은 307원으로 요금 현실화율이 15.5%에 불과하여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서 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이런 소식에 재빨리 반대 성명이 나오곤 하였는데 이번에는 잠잠한 것 같다.

수도 요금 등 공공 요금의 인상에 반대하시는 분들의 주장을 보면 그렇지않아도 어려운 서민 생활에 공공요금의 인상이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어려운 분들에게는 단돈 만원의 인상도 힘겹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공공 재화의 공급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 되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이란 책을 저술한 조지프 히스의 주장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조지프 히스는 캐나다의 좌파 철학자인데 "20대에 사회주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40대가 되어도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이가 들면서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경제 논리에 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저술하였다.

그는 캐나다의 전기 요금 문제를 다뤘는데 생산 원가 이하로 전기 요금을 책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인구를 소득에 따라 5등분 하였을 경우 2005년에 최하위 20%는 연간 전기료로 평균 633달러를 지불한 데 반해 중간 20%는 1117달러를, 그리고 최상위 20%는 1522달러를 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전기 요금을 인상하지 않기 위해 정부에서 지불한 세금을 따져 보면 2005년의 경우 최하위 20%에게 연간 2억5000만 달러의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동안 그와 함께 중간 20%에게는 4억800만 달러, 그리고 최상위 20%에게는 5억5600만 달러가 선사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문제인 것은 전기료가 헐하기 때문에 낭비가 발생하고 따라서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시간당 전기 요금을 1센트씩 인상할 때마다 전력 소비가 7% 씩 감소하였다고 한다. 캐나다의 전기 요금은 미국의 60%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 정도로 전기료를 책정하여도 많은 사람들이 막대한 양의 전기를 아껴 쓸 것이고 그리 되면 많은 전기 요금 보조금이 줄어 들어 그 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을 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생산 원가보다 낮게 요금이 책정되면 결국 부족분을 세금으로 충당하여야 하고, 그리 되면 물을 낭비하게 될 뿐만 아니라 요금 인하의 덕을 물을 많이 사용하는 부자들이 더 보게 된다. 그러므로 수도 요금을 생산 원가보다 낮게 책정하는 대신 제대로 받고 절약된 세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하겠다.

마침 4월12일부터17일까지 세계물포럼이 대구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이용 가능 수자원이 2128㎥로 세계에서 129번째에 해당하는 물 부족 국가다.
20세기를 블랙골드(Black gold; 석유)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Blue gold; 물) 시대라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 고장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풍부하고 질 좋은 물을 보유한 지역이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낭비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이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지하수를 농업용수나 골프장에서 쓰는 것은 심각히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농업용수는 다른 방법으로 확보하고 질 좋은 지하수는 경제 논리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심도 있게 논의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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