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경관조례 개정 '뜨거운 감자'

▲ 제주도가 오름과 중산간, 습지 주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마련했지만 자연취락지구 주택까지 경관심의대상에 포함, 토착주민의 경제적 부담 가중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정물오름에서 바라본 도너리오름 전경.
도, 오름·중산간 일대 경관심의 기준 대폭 강화
자연취락지구도 영향 거주민 경제적 부담 우려
경관보호 취지와 상충 특정지역 예외규정 요구

제주도가 오름과 중산간 주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마련했지만 자연취락지구까지 경관심의대상에 포함, 토착주민의 경제적 부담 가중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습지 인접 지역인 경우 건축규모와 관계없이 경관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토착민 경제적 부담 가중

제주도가 마련한 경관조례 개정안은 경관심의대상으로 사회기반시설과 건축물, 개발사업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중 건축물인 경우 자연공원구역 내 2층 이상 또는 높이 9m 이상 건축물, 도로의 해발고도 200∼600m 구간 경계선에서 1.2㎞ 이내 2층 이상 또는 높이 9m 이상 건축물, 오름 경계로부터 1.2㎞ 이내 건축물이 오름 비고(오름 뿌리부터 정상까지 높이)의 10분의 3을 초과하는 경우 등은 경관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조망점에 대한 설정 없이 중산간 도로를 기준으로 경관심의대상을 규정하는 것은 경관계획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름 인접 자연취락지구까지 경관심의대상에 포함되면서 토착주민의 경제적 부담 등이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구단위계획이나 유원지, 대규모 선도사업 등 특수목적에 의한 개발구역 안에서 오름의 하부경계선으로부터 1.2㎞ 이내 건축물이 오름 높이의 10분의 3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경관심의를 받았지만 경관조례 개정안에는 특수목적에 의한 개발구역이라는 조건이 삭제됐다.

때문에 오름과 인접한 자연취락지구 주택이라 하더라도 오름 높이의 10분의 3을 초과한다면 경관심의를 받아야 한다.

결국 토착민이 주택을 증·개축하거나 신축할 때도 경관심의를 받기 위해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읍·면 지역주민들은 경관조례 개정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도내에 산재한 오름의 높이가 최저 6m에서 최고 389m로 편차가 심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높은 오름에 인접한 자연취락지구 주택은 경관심의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6m 오름 인접 주택은 2m만 넘어도 경관심의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시 한경면 가메창오름과 한림읍 방주오름, 연동 베두리오름 등이 비고 10m 이하 오름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름과 인접한 자연취락지구에 대해서는 경관심의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검토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 손질 요구

도내 습지 인접 건축물에 대한 경관심의 규정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관조례 개정안은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자연연못) 중 규칙으로 정하는 습지의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의 건축물을 경관심의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 해안동 빌레못, 애월읍 연화못, 한경면 두모저수지, 한경면 용당못 등 도내 습지 75곳 인접 건축물도 경관심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자연취락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습지가 있는데다, 습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에 해당되면 건축규모에 관계없이 경관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규정으로 지적되고 있다.

습지가 자연취락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 일정규모 이하의 건축물에 대한 경관심의를 제외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 환경도시전문위원실도 최근 경관조례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습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 건축물에 해당되더라도 2층 이하 또는 높이 8m 이하 건축물은 경관심의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다만 도내 환경단체가 경관조례 개정안에 대한 도의회 심사보류에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조례 개정안 수정여부를 놓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인터뷰 /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연구원

 

"건축행위 자체를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며, 기존 건축물에 대한 소급 적용을 하자는 것 또한 아니다. 경관 보호를 위해 앞으로 지어질 건축물에 대한 심의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연구원은 "지난 2010년에 제정된 '제주도 경관 조례 시행규칙안'에 이미 '오름의 하부경계선으로부터 1.2㎞ 이내 구역의 구조물의 높이가 오름 높이의 10분의 3을 초과하는 경우 경관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마치 지난달 입법 예고된 '제주도 경관 조례 전부개정안'에 새롭게 심의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처럼 보는 것은 그동안 경관 조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 연구원은 환도위의 심의 보류에 대해 "'환경도시위원회'라는 명칭 맨 앞에 '환경'이 명시돼 있듯이 환도위는 환경 중심의 철학을 갖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그러나 이미 제정된 사안에 대해 이제 와서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하는 것은 제주도의 현실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 연구원은 "도내 해안경관 역시 각종 개발로 사유화되고 있다"며 "경관법에 따라 도지사가 직접 경관 계획 수립은 물론 경관 지구도 지정할 수 있는 만큼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도민과 관광객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경관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경호 기자

 
장봉길 제주시이장단협의회장

"대규모 건축물이나 사업장은 당연히 경관심의를 통해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오래전 자연스럽게 형성된 농어촌 주민까지 재산권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장봉길 제주시이장단협의회장(애월읍 하가리장)은 "제주촌락은 바람을 피하고 물을 구하기 쉬운 지형을 중심으로 수백년전부터 형성됐다"며 "경관심의 대상이 모든 오름의 하단부경계에서 1.2㎞와 습지·연못주변까지 확대해 포함시키면 선량한 주민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오름과 습지주변 주민들이 단층이나 2층 규모의 주택이나 농사용창고 등을 만들려해도 심의준비비용으로 400만~500만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며 "심의를 받더라도 온갖 부대조건이 붙기 때문에 재산권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 협의회장은 "호텔이나 콘도, 관광시설, 공장 등 대규모 사업장이나 건축물은 오름과 습지경관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농어촌주민들이 생활시설물까지 경관심의 대상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경관보호 때문에 주민생활시설을 심의대상에 포함시키려 한려면 습지주변은 2층에 높이 8m이하, 오름경계부 밀접지역은 단층에 높이 5m이하는 제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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