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얼마 전 다음소프트에서 분석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제주와 관련된 먹거리 데이터가 소개됐다. 5년간 변함없이 1위 자리를 지킨 것은 놀랍게도 '커피'였다. 최근에는 아이스크림과 맥주가 인기다. 흑돼지나 회는 몇몇 음식점의 매체노출 효과로 상위권이지만, 제주인이 당연히 최고의 먹거리일 것으로 자부하는 감귤이나 해산물 등 특산물이나 전통음식은 점점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방문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을 웃도는 시대임을 감안할 때, 이 데이터의 대상에 포함됐을 관광객의 제주 먹거리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읽을 수 있어 의미있는 자료로 읽혀진다.
 
제주가 독특한 자연환경과 문화를 지닌 관광지인 만큼, 여행을 계획할 때는 먹거리를 포함해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할 제주의 것을 원하고 즐길 것이라는 가정하게 관광문화가 개발된다. 하지만 자료에서 방문객들은 휴식마저도 자신들에게 익숙한 일상적 습관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음소프트 자료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검색 대상이 주로 젊은층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제주에 브랜드화된 자원 보다는 분위기 좋은 카페 소개가 넘쳐난다. 
 
비단 먹거리뿐만 아니라 '제주'하면 누구나 공통되게 떠올림으로써 '제주의 것'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우리의 것이 소중한 만큼 그 보편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특히 제주의 것을 지키고 차별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만의 사고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외부의 시각과 아이디어를 찾아 얻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일깨운다.
 
산업혁명에 뒤늦게 합류한 독일이 강한 기술기업들을 보유하게 된 데는, 기업 외부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들은 이 기술을 시장성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협업정신이 그 바탕에 있다. 최근 내부의 노하우에 외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시장 욕구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성과가 눈에 띈다.
 
제주에서도 미래를 책임질 신산업들이 육성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내부의 시각을 벗어나 글로벌화된 의견과 시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기대했던 신흥국의 성장도 어려워지면서 세상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 같던 제주에도 세계 경기가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된 인식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성공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위기의 파급효과도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카메라 필름을 고집했다가 추락한 코닥,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오직 우리가 표준이라고 외치다 무너진 노키아의 사례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만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을 때의 위험은 상상 이상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싸우던 백년전쟁 초기의 프랑스군 기마병들은 영국군의 화살공격으로 말에서 떨어지면 무거운 갑옷 때문에 일어나기조차 힘들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후에는 화살을 막을 수 있는 더욱 두껍고 무거운 갑옷으로 방어함으로써 전투환경을 인식하지 않은 자기 관점에서만의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제주만의 글로벌화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과 자본, 우수한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요인이 열세이다. 결국, 제주의 경쟁력은 세상이 원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모으고 그 중에 세계가 공감할 제주의 자원과 문화에 융합할 수 있는 것들로 차별화시키고자 하는 혁신정신이다. '제주의 것'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제주를 바라보는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일 때 제대로 만들어내고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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