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가히 메르스공포다. 육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제주마저 얼마 전 뚫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큰 위기에 직면했었다. 다행히 도민 전체가 민첩하고 선진적인 대처 속에 잠복기라는 고비를 넘겨 '청정' 제주는 지켜냈지만 아직 안도하긴 이르다.
 
그런데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전체에 심적 공포의 시선을 보내면서 오히려 관광산업을 주로 하는 '청정한 땅' 제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관광제주, 청정제주, 아니 제주 전체가 시험대에 섰다. 중앙정부의 대응 수준은 실망스런 수준이며 비상시국에 제주도정의 리더십을 지켜보자고 한발 빠져 있는 것도 요즘 같은 시기엔 안일한 생각이다.
 
물론 우리 제주가 자초한 일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최대 피해지역이 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에게 준엄하게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젠 우리가 직접 대책을 세우고 나서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우리만의 '제주공동체의식' 발현이다.
 
세계적 관광자원인 제주가 세계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켜내고 다시 한 번 신뢰를 되찾아오기 위해선, 또 다시 믿을건 공동체적 위기관리능력뿐이다.
 
그런데 제주 공동체의식의 다른 이름은 나눔과 배려, 격려와 협력이다. 그간 우리는 일상적으로 배려의 대상을 가족이나 친구 등에 한정했지만 이제는 그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보이지 않는 도민에게까지 배려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방정부는 재난 대응이나 방역체계와 같은 시스템 측면에서 서류상이 아닌 실천적 노력을 통해 개선을 이뤄내고, 우리 도민들은 이번 기회에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위의 두 가지가 절묘하게 조합된 제주 도민 전체의 위기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또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망이 있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만큼 이런 사회적 신뢰망구축이 중요하다.
 
메르스 사태야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조만간 종식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눔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돌아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무엇으로 메꿀 수 있겠는가.
 
중앙정부의 메르스사태 대처는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오점을 남겼지만 우리는 공동체의 가치로 이러한 빈틈을 극복했다는 자긍심을 만들어 내자. 그것이 선진제주, 자연재해와 각종질병으로부터 '청정'한 제주, 무엇보다 사람의 정이 '청정'한 제주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성숙한 공동체 의식이야말로 제주의 자랑이자 메르스로부터 제주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최고의 특효약이다. 우리 도민들의 피해와 노고가 어느 때보다 클 것이지만 메르스 퇴치를 위해 조금만 힘을 내주시길 당부드린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우리 도민들이 입은 경제적 타격 못지않게 심리적 타격 또한 크다. 이럴 때일수록 메르스로 피해본 기업과 식당, 시장, 관광업계 등등을 도와 내수를 지켜내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나눔의 실천은 어려울 때 가장 밝은 빛을 내는 법이다. 힘을 내자 제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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