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 이사대우

오늘(1일)로 우리나라의 민선자치가 본격 시행된지 20년을 맞았다. 제주사회 역시 1995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같은해 7월1일 취임한후 지난 20년간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중앙에서 도백을 임명하던 관선시대가 종식되면서 지방행정은 중앙정부 시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집행기구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타지역과 차별화된 정책·조례를 만드는 등 지역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지방자치가 주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지만 병폐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도지사 후보에 줄을 서고, 줄을 세우는 편가르기가 심화되면서 제주발전에 필수적인 도민역량이 약화되는 상처를 경험했다. 
 
제주 스스로 지역발전을 도모할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에도 선거 병폐가 이어지면서 도민통합은 해묵은 과제로 치부됐다. 중앙에서 이양한 권한을 십분 활용해 독자적인 정책과 상품, 고유한 법규(조례)를 만들면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도모해야 함에도 편가르기 등 선거폐단이 이어지면서 도민들이 시련을 겪었다.
 
선거 폐단은 지난해 7월1일 원희룡 도정 출범후 다소 해소되는 모양새다. 원 도정은 인수위원회 당시부터 '인사 탕평' '정책 탕평'을 제시하는 등 제주사회 통합을 천명했다.
 
특히 원 지사는 취임후 도정 운영의 새로운 원리로 '도민과 함께하는 수평적 협치(協治)'를 제시했다. 도지사가 권한을 독식했던 수직적 통치에서 벗어나 도민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시행된 협치는 이전 도정에서 반복됐던 행정시장 낙점 인사 등 '불통'현상을 노출하면서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갈등도 협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방자치의 한 축인 제주도의회와 벌이는 예산갈등이다. 2015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지난해 4개월간 벌인 예산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오는 6일부터 심사할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진행된 제1회 추경안은 본예산 심사과정에서 양측간 갈등의 골로 삭감됐던 예산이 반영되고, 의회도 예산을 증액하지 않으면서 일단락됐지만 2회 추경안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의원 상당수가 심사과정에서 예산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도가 예산증액 불가 원칙을 고수, 갈등이 악화일로를 치달을 전망이다.
 
도와 의회가 반복하는 예산갈등을 보면서 제주지방자치 시행 20년이란 성년의 의미도 빛을 바래고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성년의 지방자치를 더욱 발전시킬 도와 의회가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오히려 '미성년'이란 꼬리표를 붙이는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도와 의회가 자신만의 주장만을 관철하려는 미성년으로 여긴다면 중학교 3학년들이 배우는 도덕 교과서 읽기를 권한다. 도덕 교과서는 평화적 문제 해결 자세로 △합리적 의사 소통 △역지사지 △합의된 결과 수용을 제시했다. 
 
특히 당사자간 갈등 해결의 가장 바람직한 협상 기본 원칙으로 '양보와 타협'을 강조했다. 
 
도와 의회는 도덕 교과서의 평화적 문제 해결방법을 건성으로 들어서는 안된다. 양측의 갈등·대립의 심화로 제2회 추경안 처리가 미뤄지면 도민들의 민생경제만 상처를 입는 탓이다. 올해 본예산 처리를 놓고 4개월간 벌인 도·의회의 갈등도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조기집행을 지연시킨 결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성년을 맞은 제주지방자치가 주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도와 의회가 벌이는 갈등 표출 이상의 성숙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절차에 의해 선진 지방자치의 성숙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주장을 과감히 포기하는 도와 의회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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