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원 제주대 사학과 교수·논설위원

사전적 의미에서 군자(君子)란 유가(儒家)에서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일컫는 말을 지칭한다. 유가에서는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성인이란 최고의 인격자, 즉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에 달한 사람을 말한다. 이를테면 공자를 비롯하여, 중국 역사와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인 요(堯)·순(舜)·주공(周公) 등이 그들이다.
 
논어에서 보면 공자는 "성인은 내 아직 보지 못했지만 군자만이라도 만나 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유가는 누구나 노력에 의하여 도달할 수 있는 인격적 표준의 인물을 군자로 보고 있다.
 
군자는 높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을 말하며, '이래야만 되겠다'는 사람의 한 본보기로 군자라는 말을 썼다. 이렇게 본다면 군자는 덕이 있는(有德)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의 인물은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자질에 주변의 정성어린 지도가 더하여져야 함은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는 아홉 가지의 덕(九德)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군자란 모름지기 첫째로 너그러워야(寬) 한다.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로 부드러워야(柔) 한다. 휘어지더라도 꺾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의 명재상 황희 같은 분이 대표적인데 그는 비록 타인의 시시비비에 대해 냉철한 견해를 확고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사리분별만은 확고하였다고 한다. 
 
셋째로 삼가고 조심해야(愿) 한다. 이를 잘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당호인 여유당(與猶堂)이다. '여(與)'와 '유(猶)'는 "여가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하고, 유가 사방에서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하라"는 노자의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스스로 경계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당호로 삼은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넷째로 잘 다스려야(亂) 한다. 여기서의 란(亂)은 치(治)와 같은 뜻으로 '다스리다'의 뜻인데, 한자는 이렇게 상반된 뜻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조선의 대유학자였던 남명 조식 선생처럼 아무리 헝클어진 실타래를 주더라도 이를 종류 별로 가지런히 할 수 있어야 경륜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섯째로 어떠한 상황에도 잘 길들여질 수 있어야(擾) 한다. 여기서 길들여지는 것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역사속의 올곧은 선비들은 모함을 당하여 옥에 갇히고 파직을 당했다가 복직되어 임무를 다시 시작할 때도 과거를 잊고 최선을 다해 적응했다. 
 
여섯째로 곧아야(直) 한다. 정직하거나 곧지 않고 어떤 일을 이루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남강 이승훈선생이 그러한 인물이었다. 그는 정직함으로 밑천삼아 몸을 일으킬 수 있었고, 민족 사학을 세워 인재를 기르는 일이 곧 나라를 찾는 지름길임을 확신하신 선각자이기도 하였다. 
 
일곱째는 소탈한 성품(簡)이다. 까다롭지 않고 따지지 않으면서 잘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여덟째 굳센 의지(剛)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칠전팔기(七顚八起) 하는 사람들은 대개 굳센 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번째로 강(彊)해야 한다. 건강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이상에서 말한 아홉가지가 구덕(九德)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이 모두를 고루 갖추고 있다면 군자의 반열에 든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도자라면 모름지기 앞서 말한 바의 아홉가지 덕 중 적어도 몇 가지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구덕을 온전히 갖춘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점이 이 시대의 가장 큰 불행이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