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 서귀포지사장

올해로 특별자치도 출범 9년이다. 2006년 7월 동북아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 화려하게 출항했다. 그래서인지 매해 7월에 자치의 파라다이스, 동북아 중심국가의 개방거점 육성 등 현란한 미사여구로 포장하며 특별자치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세미나, 포럼이 종종 열린다.

하지만 서귀포시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란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까지 없애면서 출범한 특별자치도의 성과에 대한 의문이다. 즉, 지역 균형발전을 고민하면서 관련 정책을 세우고 추진했던 두 기관이 일시에 사라지면서 산남·북간의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된 행정시별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제주시가 8조8055억원, 서귀포시가 3조9011억원으로 인구 비율처럼 7대3이란 경제적 차이가 고착화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병상수인 경우 서귀포시는 294개로 제주시의 34% 수준에 불과하고 2011년 358개, 2012년 338개로 매해 줄어들고 있다. 종합병원 병상수는 제주시의 25%, 의사수는 제주시의 44%에 그치는 등 의료서비스가 취약하다. 인구 규모와 문화예술 향유권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환경, 사업체 규모, 일자리 등 모든 분야에서 비교 자체가 안된다.

물론 지역 불균형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0년 이후 감귤산업 침체에 따른 경제적 불균형과 교육의 질적 차이가 커지면서 산남·북 불균형 해소가 현안으로 등장했고 '선거의 계절' 때마다 균형 발전 해소책이 쏟아졌으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중문관광단지 개발이익의 지역 환원과 균형 발전의 프로젝트인 제2관광단지 개발은 원점 상태이고 '물산업 클러스터'는 축소되면서 구좌읍으로 옮겨갔고 감귤식품 클러스터, 국가대표 동계전지훈련장 지정 등은 사라졌다.

또 연북로, 애조로 등 제주시처럼 뻥뻥 뚫린 도시 우회도로가 없어 모든 차량들이 중앙로터리에 쏟아지면서 매일 짜증날 정도로 교통체증이 악순환처럼 발생되고 있으나 행정당국은 무관심에 가깝다. 도시 우회도로 개설에 837억원이 필요하지만 2년간 확보액은 40억원에 불과, 언제 뚫릴지 기약이 없다. 예산과 형평성을 내세울 거라면 뭐하러 그리 요란을 떨었는지 되레 묻고 싶다.

그래서 행정시를 자치시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 방안이 어렵다면 '행정시장 직선제(시장 직선·의회 미구성)'라도 도입, 시장이 시민들의 힘을 기반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서귀포시 경쟁력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알다시피 지역간 불균형 심화는 특별자치도 완성을 통한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달성, 도민의 복리를 증진한다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고 지역 이기주의를 초래해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 행정 불신으로 이어져 원활한 정책 추진은 물론 도민 화합 등 공동체 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원희룡 도정 출범 1년이 지났다. 원 도정은 지역균형 발전으로 △권역별 지역균형발전계획 수립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추진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 지원 강화 △1마을 1기업 육성 추진 △개발사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연계 시스템 마련을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녹차·비자나무를 이용, 사업화에 성공한 아모레퍼시픽도 서귀포시에 제2센터를 설치해 K-Beauty 화장품 개발과 체험형 관광상품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시민들에게 기대감을 주었다.

정치인들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것이 정책적 공약이라면 도정은 대통령과 지사의 약속이 실현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시정 역시 혁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시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예산이 없다' '권한이 없다'는 핑계보다 지역의 미래를 보고 싸워야 한다. 그래야 서귀포시와 제주도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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