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사람도 다른 동물들처럼 어느 정도의 나이면 죽게 된다. 우선 살고 싶은 것이 본능이고 사람은 오래 사는 것을 희구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의 수명은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 그야말로 저승사자가 데리러 올 때까지 아무리 고통스럽고 불편해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 아직까지 자신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안락사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살았기에 '사기'를 쓴 사마천도 위대한 업적도 남겼고, 홍윤애와 감동적인 사랑을 나눴던 조정철도 사랑했던 사람에게 자신의 절절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거꾸로 오직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거나 유배 생활을 못 견뎌서 죽어버렸다면 위대한 역사서인 '사기'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제주 목사로 부임하고 후세에 보답하는 등의 그 후의 순애보적인 일들을 결코 역사에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람은 오래 살아야 자신의 가치를 한껏 발휘할 수 있기에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 같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주인공이 노인으로 태어나서 점차 젊어지다가 결국은 어려서 죽는다는 기발한 설정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이가 들어서 죽거나 어려져서 죽거나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선인들도 그랬고 지금도 주위에서 누군가가 태어나고 누군가는 돌아가고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장자가 부인이 돌아갔을 때 대야를 두드리면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어 조문 왔던 친구 혜시가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에는 나도 무척 슬펐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자연적인 순리로 여겨져서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장례를 하는 것이 망자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축하하는 중이라네'라며 뜻밖의 설명을 했다고 한다.
 
사람의 염색체 안에 '텔로미어(telomere)'라는 유전자가 있어서 이것에 의해 사람의 나이는 결정된다고 한다. 텔로미어는 그리스어 '텔로스(끝)'와 '메로스(부분)'의 합성어로 염색체 말단의 염기서열 부위를 말한다. 
 
이 부분에서는 세포분열이 진행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나중에는 매듭만 남게 되고 세포복제가 멈춰 죽게 돼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사고나 암 같은 돌발적인 요소에 의해서 유전자 나이만큼 살지는 못할 지라도, 내장된 시계가 작동하는 동안은 살 수 있게 된다. 
 
촉탁의로 요양원 진료를 한 달에 두 번 다니고 있는데 가끔 노인 입소자들의 변화가 눈에 띌 정도로 감지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걸었던 어르신이 점차 기력이 쇠해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하다가 마침내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어느 날엔돌아가시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일상적인 과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생하면서 사형선고를 받는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 동안 지구라는 별로의 여행을 마음껏 즐기고 편한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자세로 하루하루를 산다면 비로소 후회 없는 일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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