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스토리] 김지환 창작예술가

제주에 매료돼 이주…창작 욕구 되살려
제주 자연·돌담·아이들의 평화로움 담아
체계적인 창작활동 위해 '바다쓰기' 구성
 
만지면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이 떠오른다. 버려진 나무 조각이 그의 손을 거치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바로 프로젝트 팀 '바다쓰기'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지환 작가(36)의 이야기다.

평소 눈길조차 받지 못한 버려진 나무를 활용, 예술에 친환경을 더한 작품은 충분히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요소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싶어서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8년여 간의 사회생활은 그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냈다. 팍팍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가족들과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현재 '명함'은 '창작예술가'다.

 

▲ 중문해변에서 재료를 수집하고 있는 모습.

다큐멘터리에서 본 제주자연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김 작가의 창작 욕구는 그 때부터 시작됐다.


특히 그가 주목한 예술 분야는 '정크아트(재활용 소재로 제작하는 미술)' 중 상품적 가치를 가미한 '업사이클링'이고 선택한 재료는 '버려진 나무'다.

영국 아티스트인 커스티엘손의 유목작품은 김 작가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경제적인 여건으로 화려하게 예술 활동을 할 순 없지만 아이디어에 따라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업사이클링'은 그를 매료시켰다.

 

▲ '푸른 바다 위의 집'(위)과 '하늘섬'

김 작가는 방과 후 미술수업, 논술 지도 등을 병행하고 틈틈이 도내 해안을 찾아다니며 버려진 나무와 폐품 등을 수집했다.


작품의 영감은 주로 평화로운 제주자연, 돌담, 즐겁게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더운 날씨 속 그늘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등 평범한 일상속의 모습이다.

'파란 창문의 나른한 오후' '푸른 바다 위의 집' '하늘섬' 등의 작품은 김 작가가 추구한 평화를 담고 있어 아늑하다.

창작활동이 단순한 취미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김 작가는 창작활동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모아 팀 '바다쓰기'를 구성했다.

박찬영씨(기획), 이감사씨(홍보) 등 3명으로 구성된 '바다쓰기'는 유목을 활용한 업사이클링을 활성화하고 자체적인 브랜드를 갖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작가는 "버려진 소재이기 때문에 비위생적이고 예술재료를 너무 쉽게 구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며 "기름 값 들여 하귀·월정해변까지 가서 유목을 구하고 세척을 하는데 몇 시간 수고를 들일거면 차라리 나무를 사는 게 더 편할 지도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어느 덧 친환경적인 창작활동은 입소문이 나면서 '바다쓰기'도 초청전시회를 갖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김 작가와 '바다쓰기', 걸음마를 뗀 그들의 활동은 주변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김영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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