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학생을 자녀로 둔 한국의 부모들은 참 불쌍하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사교육의 격전장에 뛰어들어 등골이 휘도록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한 자금 마련은 뒷전으로 밀린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서 한시름 놓았나 했더니 등록금과 용돈으로 들어가는 돈은 그 전에 지출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면서 자녀를 서울로 유학 보낸 부모는 주거비 부담이라는 힘겨운 상대와 또 한 번 씨름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운영자들은 재정을 어떻게 관리해 왔기에 수많은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는 기본적 편의조차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인지 그 속사정을 모르겠다. 기숙사 방이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부모들은 이를 배정받지 못한 자식들이 학교 근처에 있는 하숙이나 원룸을 찾아 헤매는 것을 도울 수밖에 없다.

최근에 대학가 근처의 조그만 원룸을 하나 빌릴까 해 알아보다가 참으로 희한한 풍속을 마주하고 탄식을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서너 평 정도 규모의 원룸을 중개인으로부터 소개받고 계약을 하려는 즈음에 중개인이 말하기를, 임대차계약을 하고 입주를 해도 임차인 명의의 주민등록은 할 수 없다고 주의를 준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임차인이 그 임차주택에 주민등록을 하게 되면 집주인이 임대사업자로 신고해서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을 면하려고 임대인인 주인이 계속 그곳에 주민등록을 한 상태로 남아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임차인이 임차주택에 입주하더라도 전입신고를 해 주민등록을 마치지 못하면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은 물론이고 제3자에 대한 대항력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법률로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장치를 마련해 놓으면 뭐하나.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 것을.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