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 이사대우·정치부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할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직종은 공무원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 취업준비생의 35%가 '공시족'으로 불리는 공무원시험 준비생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및 고령 부가조사 결과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시험 준비생은 63만3000명으로 응답했다. 또 취업준비생들이 목표는 공무원이 34.9%로 가장 놓았다. 반면 고시 및 전문직 준비생은 9.8%로 지난해 11.9%에 비해 감소했다.

일반 공무원을 선호하는 공시족 현상은 제주지역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제주는 관광산업과 1차산업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구조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대기업도 없어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을 선호하고 있다.

도내 취업준비생들의 일반직 공무원 선호현상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10월17일 제3차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제3회 임용시험 경쟁률은 47.1대 1로 지난 6월치른 2회 임용시험의 11.4대 1 보다 4배 가량 높다. 청년층의 공직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경쟁률 뿐만 아니라 필기시험 합격선도 상승, 공직 취업문은 더 좁아지고 있다. 제주도가 제2회 임용시험에 따른 1차 필기시험을 실시한 결과, 합격선이 지난해에 비해 10점 이상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필기시험 합격자 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에서 최종 280명이 선발, 14명이 최종 관문을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일반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는 등 공직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면서 도내 취업준비생들은 10월17일 제3차 임용시험에 따른 필기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추석연휴도 반납한 채 수험준비에 여념이 없는 표정이다.

이와달리 제2차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들은 학업을 계속해야 할 대학졸업예정자 14명을 제외, 추석을 앞두고 지난 23일 도본청 및 행정시에 신규 임용되면서 공직자의 생활을 시작했다. 도 관계자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임용됐다"며 "가족·친지 등에게 격려를 받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추석을 앞두고 부서별로 발령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의 설명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사회에 진출하면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다시 말해 공직생활을 갓 시작한 새내기 공무원들 앞에 놓인 제주지역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제주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는 1차산업은 수입개방으로 생존 위기에 직면하고, 관광객 증가세의 3차산업도 도민소득 창출에 한계를 드러내는 양적 성장의 그늘에 갇히면서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부(富)를 쌓다가 징계를 받거나 공직서 물러난 선배들의 전철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인·허가나 보조금 집행 등의 업무추진 과정에서 부패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면 스스로 직을 그만둬야 함은 물론 '청렴도 전국 최하위'란 불명예를 도민들에게 안겨줄 수 있다. 비리는 공직자들이 반드시 지녀야할 공정한 직무수행을 스스로 포기한데서 비롯됐기에 공평하고 사사로움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책임성·신뢰성은 새내기 공무원들의 기본적인 소명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처음 공직에 들어가는 사람은 개인의 부귀만을 추구해서는 안되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공직생활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지역발전이 공직자의 혁신의 정도에 따라 다르기에 공직자로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과 소명의식을 잃지 말도록 한 것이다.

다산 선생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새내기 공무원들이 공직 입문후 소명의식을 잃은 채 복지부동·철밥통의 관료주의에 물든면 아무리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 하더라도 미성숙한 공무원에 불과하다. 미성숙한 공무원이 많으면 혈세만 낭비하기에 공직 입문을 위해 쏟았던 열정과 도전정신을 발휘, 수입개방과 지역경제 침체로 위축된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창의력 발휘에 새내기 공무원들이 나설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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