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난개발로 몸살 앓는 한라수목원

방문객 증가로 식당·커피숍 등 대형건물 난립
휴식공간 매년 축소…개발규제 등 보완 절실

제주시 도심지 허파로 불리는 한라수목원 일대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규제 장치가 전무,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수목원 방문객이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상가와 관광시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녹지공간 유지를 위한 경관규제 도입방안 등이 요구되고 있다.

△수목원 일대 개발지구 전락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시 연동 한라수목원은 1986년 1월 수립된 한라수목원 조성계획에 따라 1993년 12월 문을 열었다.

특히 한라수목원은 22만여㎡ 부지에 목본류 526종, 초본류 782종 등 1308종 10만여본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는데다, 광이오름을 끼고 있어 도심지 휴식공간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2011년부터 한라수목원 입구와 진입로를 중심으로 대규모 테마파크와 대형음식점, 커피숍 등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도심지 휴식공간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까지 신축된 상가건물만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건물 신축과정에 많은 나무가 벌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수량은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소나무 군락으로 불렸던 한라수목원 주변지역이 개발지구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해 9월 한라수목원 인근 임야에서 이뤄진 나무 97그루 무단 벌채와 토지형질 무단변경 행위로 최근 원상복구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개발 규제 장치 절실

이처럼 한라수목원 일대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 이유는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라수목원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수익을 목적으로 상가건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에 따르면 한라수목원은 1993년 12월 적정 수용능력을 1일 2500명으로 산정해 조성됐지만 지난 2006년 134만2000명이 방문했다. 적정수용능력을 훨씬 초과한 1일 3676명이 방문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1일 4792명이 한라수목원을 찾는 등 174만9000명이 방문, 적정수용능력을 2배 가량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수목원 방문객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 주변지역에 상가건물이 추가 신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때문에 도심 속 휴식공간인 한라수목원 주변지역 난개발을 규제해 녹지공간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다만 한라수목원 주변지역이 대부분 사유지에 해당돼 원천적인 개발제한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신축 건물이 녹지공간과 어울리도록 경관심의 대상구역 등으로 관리하는 방안 등이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 개발이 이뤄지는 한라수목원 주변지역은 공원지구 등에 해당되지 않아 현행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경필 기자

인터뷰 / 김철수 전 한라산연구소장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유지를 매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철수 전 제주특별자치도한라산연구소장은 "한라수목원은 멸종위기 야생 식물의 유전자원을 수집·증식하는 등 한라산 생태계 복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이러한 조성 목적을 지키기 위해서는 녹지 공간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소장은 "한라수목원 주차장 동쪽에 조성된 커피숍과 편의점은 당초 무궁화박물관으로 허가받아 지어진 건물이지만 용도변경을 통해 상업시설이 들어선 것"이라며 "이처럼 보존돼야 할 자연녹지에 잇따라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한라수목원 주변의 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도 주문됐다.

김 전 소장은 "한라수목원 북쪽에 위치한 제주방어사령부가 옮겨가게 되면 공원지구로 지정돼 있는 해당 부지 역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막기 위해 공원지구 내 사유지에 대한 제주도의 매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가 조직 개편을 통해 한라수목원을 산림휴양정책과 소관으로 변경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는 한라수목원 내 연구기관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큰 틀부터 마련한 후 관련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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