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

파란 가을하늘에 가득한 노란 감귤의 향기가 제주 경제에 희망과 풍요를 안겨주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러나 지난 6일 가락동농산물시장 노지감귤 첫 경매에서 나타난 불량품, 경매중단 등 일련의 사태는 선량한 재배농가와 도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사중구활(死中求活, 죽음 속에서 삶을 구한다)'의 결연한 각오로 온 도민이 일어서야 한다.

감귤은 지나간 오랜 세월 거칠고 황량한 절해의 고도 제주를 오늘의 풍요로운 섬으로 변모시키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무역의존도 80% 이상, 다국적 FTA 등 세계경제시장 변화가 감귤을 뿌리째 흔들며 장래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감귤에 대한 패러다임도 일대 혁신과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우선 감귤 재배농가 의식의 선진화다. 지금까지는 간벌, 열매솎기 등 품질 향상에 농정이 앞장서 주도해 왔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자생력을 훼손하는 부작용으로 주객이 뒤바뀌면서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거기에다  국내 유일의 주산지라는 독점적 요인도 사라지고 지구촌 시대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제는 지난날을 무심히 지나쳐 버릴 것이 아니라 깊이 성찰하며  전도된 주객의 위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농업인 스스로가 시대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 기업가 정신으로 자생력을 키워나가도록 하는데 농정의 핵심을 둬야 한다.

둘째, 남을 탓하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오늘의 위기를 혹자는 일관성 없는 관행에 젖은 안일한 농정을 탓하는가 하면   당국자들은 농가의 자구적인 노력이 부족함을 아쉬워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감귤의 위기는 누구의 탓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요 책임인 것이다.  내가 출하한 비상품이 너의 비상품이 되고, 네가 생산한 명품이 나의 명품이 되는 부메랑 과일이 감귤이다. 모두가 '네 덕'이요 '내 탓'으로 새겨야 한다.

셋째, 위기를 방관하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을 버려야 한다. 지난 반세기 제주감귤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유일의 주산지로서 무경쟁 독점 시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태평양 건너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가 동네 슈퍼까지 파고 들어 감귤을 밀어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상품 출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모두가 '나 혼자 쯤이야' '어찌어찌 하다보면 적당히 되겠지' 하는 무사안일한 타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쯤이야' 하는 이기주의, 공동운명체적 인식 부족과 무관심, 무책임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끝으로 농정의 일대 전환을 제언한다. 감귤정책은 열매 중심경쟁에서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열매에 집중하다 보면 감귤은 왜소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광산업과 상생 자원으로 이용을 극대화해야 한다.

과일을 도시로 보내는 것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도시인들이 체험과 휴식을 위해 비행기 타고 찾아오는 전원이 되도록 역발상 노력을 진지하게 하자는 것이다.

'주마간산'식 시설지원과 열매 경쟁에만 매달리지 말자.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방법에 대해서 농정, 생산자단체, 농업인들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세계가 경악하는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정책과 기술에 집착한 나머지 '주인의식'의 쇄락을 소홀히 해왔다. 이것은 마치 간척지를 이용함에 있어 소금기부터 제거하지 않고 씨앗부터 뿌리는 시행착오를 되풀이 해온 것과 다름이 없다.

감귤 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최선의 공동선은 '동주공제(同舟共濟,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넘)' 의식과 지속가능하고 다양한 자원으로서 가치와 이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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