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27일 조정을 받긴 했지만 최근 4일간 50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주식시장 과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주가가 테러사건이후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각국에 비해 2∼4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이 과열상태에 들어섰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가가 경기회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간내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는 점을 들어 과열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과 그 동안 저평가 됐던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버블을 논하기 이르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가 얼마나 올랐나
종합주가지수는 미국 테러사건 이후인 지난 9월17일(468.76)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 70여일만에 200포인트나 폭등했다.

특히 지난 22일 9.11포인트 상승을 시작으로 23일 20.62포인트, 26일 29.38포인트 치솟는 등 4거래일간 50포인트 이상 오르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9월부터 시작된 랠리의 상승폭은 주가지수가290을 바닥으로 찍고 화려한 상승장을 연출했던 지난 98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엄청난 상승 탄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주가상승률도 외국에 비해 2∼4배 정도 높았다. 우리 증시는 테러사건이후 저점에서 44% 정도 뛰었다.

반면 같은기간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16.41%, 홍콩의 항셍지수는 22.24%, 뉴질랜드 증시는 15.12%, 호주증시는 13.45% 증가에 그쳤고 중국 상하이증시는 4.41% 떨어졌다.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1,579.55에서 1,941.23으로 22.8%, 다우지수는 8,920.75에서 9,982.75로 11.90% 상승, 한국증시의 상승률이 2∼3배 정도 높았다.

유럽증시의 경우 프랑스 CAC40지수가 13.91%, 독일 DAX지수가 21.64%, 영국 FTSE100 지수는 8.05% 올랐다.

◆과열인가 아닌가
주식시장이 과열권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은 침체된 경기 회복신호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을 들고 있다. 20일 이격도 등 기술적 지표도 버블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주가지수가 단기간에 경제 펜더멘틀즈와 관계없이 너무 상승했다"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그동안 저평가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는 등 외부 충격이 있거나 악재가 발생할 경우 그동안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630∼640대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동양증권 박재훈 시황팀장도 "경제회복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풍부한 유동성과수급, 미래의 경기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은 분명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현재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세로 돌아설 경우 어떤 주체가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가라는 문제"라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지 않은채 700선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갈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20일 이격도와 고객예탁금회전율이 각각 110과 40%를 넘으면 과열됐다고 보는데 현재 각각 이를 상회한 114와 67%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 장세를 과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주변 여건이 워낙 좋은 상태여서 아직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펜더멘털과 유동성측면에서 판단했을 때 주식시장은 분명 과열권에 있지만 기술적 측면으로만 판단해선 안된다"며 "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우리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기초한 것이지 `묻지마"투자를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리서치담당 상무는 "현재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꾸준한 `사자"와 기관의 매수 참여 대기, 고객예탁금을 비롯한 풍부한 유동성 등 여건이 너무 좋아 기초체력까지 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 상무는 "외국인이 워낙 우리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긍정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고 기관과 개인도 이에 동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과열여부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구조조정과 선진국형으로의 경제구조 변화를 높게 평가, 폭발적인 `바이코리아"로 시장을 달궜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현 국면은 과열이라기보다 우리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할 것 이라면서 향후 주가는 720∼750포인트 정도까지 상승한 뒤 조정을 거치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은 어느 정도의 외부충격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워낙 힘이 좋은 상태여서 그동안의 단기급등이나 기술지표만으로 과열권 진입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가가 어느선까지 오를지도 전망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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