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제주도와 함께 창조경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최근 합병 1년 만에 다음이라는 명칭을 빼고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웹을 기반으로 하는 다음과 모바일의 대표적 기업인 카카오는 합병시 모바일 선도기업이 되고자 하는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브랜드를 나란히 표기하다보니 모바일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기 보다는 핵심사업에 대한 정체성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더 늦기 전에 카카오라는 브랜드만으로 기업이 주고자 하는 가치를 전달하려 하는 것이다.

카카오와 같이 창업한 지 오래되지 않은 기업들은 역사가 짧기에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정체성으로 삼아 업(業)을 알리고자 한다. 이때 기업의 정체성은 자신의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를 판단하게 한다.

또한 구매자가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앞서 기업의 정체성을 통해 경험수준을 예측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 기업은 제조시설로 수익을 내던 시대를 지나 마케팅, R&D, 시스템 등의 무형자산을 통해 낮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쟁우위를 점하는 시대로 전환됐다.

시장점유율로 평가되었던 가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심화된 경쟁은 대중적 제품의 가격을 낮추면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과거에는 전략만 잘 세워 실천하면 일정 부분의 성과 창출이 가능했으나, 글로벌화로 인한 영향력의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만족시켜야 할 외부의 욕구가 더욱 다양해졌음을 의미한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혁신적인 기업으로 인식시킨 애플의 성공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제품을 품질로만 승부내지 않는다. 소유하고 싶게 하는 디자인, 사용 자체를 즐겁게 하는 웹 환경 등에서 스마트폰을 처음 개발한 기업이 아님에도 특별한 제품처럼 느끼게 한다. 기술이 집약된 기능적이고 이성적인 제품이지만, 사용자와 24시간 함께 하는 애완기계로서 감성적 영역을 자극하면서 아이폰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구축된 애플의 정체성은 아이폰 안에서 뉴스를 읽고, 쇼핑하고, 친구를 만나는 상호작용이 즐겁고 멋있는 경험으로 인식되게 하면서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게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역도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으로 경쟁력을 예측했던 과거와 달리 문화와 전통이 현대로 이어지는 스타일이나 사회시스템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이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즉 문화와 전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스토리와 체험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느껴지도록 재탄생시키는 정체성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나 지역만의 고유한 정체성은 주변 환경이 성장가능성을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기여하게 돼 산업을 육성하고 인재가 모이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 지역도 오랜 시간 형성돼 온 문화와 전통의 정체성을 외부에 발산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삶의 경험과 다양한 산업 경험에서 축적된 역량으로 제주만의 특별함을 만들고 보여줘야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

결국 제주의 정체성은 새로운 것을 채워 넣어야 하는 그릇이 아니라 잘 지켜낸 제주다운 것들이 섞여 미래에도 전해지면서 구성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체성이 명확할 때 자부심이 빛날 수 있는 원대한 제주의 비전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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